만 나이 통일법
내일,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법이라니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한국 나이'라는 전 세계 사람 누가 봐도 조금 이상한 '셈'을 이제는 끝내게 되었다.
삼십 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나이를 자꾸 까먹었다. 그 맘 때 뉴질랜드에 왔기 때문에 만 나이로 따지기 시작한 데다 사람들이 나이를 딱히 묻지 않아서 나이에 관한 생각을 더 안 하게 됐던 것 같다. 요즘은 아예 올해 연도에 내가 태어난 연도를 빼봐야지 내 나이를 알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가 '한국 나이'로 살 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없다. 모두 같은 날 나이를 먹고 어떤 달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학교에 간다. 당연히 학교는 3월에 시작하고 12월 생인 나는 나보다 9개월 먼저 태어난 아이와 친구를 먹고 나보다 3개월 늦게 태어난 아이에게는 언니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살다 보니 가끔 한국 문화를 아는 이들을 만나고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려 이 '한국 나이'를 화제에 올리곤 한다. 남편도 그중 하나다. 그러면 나는 거기에 설명을 붙여야 한다.
'응, 맞아. 내 생일은 12월이어서 태어나 며칠 동안은 한 살이었다가 1월 1일에 두 살이 됐어. 우리는 다 같은 날 나이를 먹어.'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란다. 어떤 이들은 왜냐고 물었지만 나도 이유를 몰랐다.
방금, 그 이유를 찾아봤다.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하나는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 생겼을 때부터 생명이 시작됐다'라고 여겼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 문화권에서는 0의 개념이 없어서 1부터 시작했다'라는 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같은 나이 셈법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널리 이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마지막으로 이 '한국 나이'도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이 변화가 반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색한 기분도 든다.
우선, '한국 나이'란 걸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쓰게 되는 나이를 더 이상 '만 나이'라던가 '의학적 나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어 편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한 살이라도 많으면 이름이 아니라 호칭을 부르는 사회에서 얼마나 금방 이 체계에 적응하고 살아가게 될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나이 체계를 자리 잡으려면 학교 입학 체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일례로 뉴질랜드는 일 년이 4학기로 나누어져 있고 아이들은 다섯 살 생일이 지나고 여섯 살 생일 전에 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그 시기가 학기 시작, 학기 중간으로 학기 당 두 번, 일 년에 여덟 번의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모든 아이들이 3월에 입학을 한다.
그동안 나는 뉴질랜드에서 만 나이로 살면서 한국에 사는 친구들과는 달리 두 살 어리게 살았지만, 이제는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도 한두 살 어려지게 되었다. 물론 우리 엄마는 여전히 나에게 너도 내일모레면 쉰이라는 말을 하겠지만 그래도 쉰은 조금 더 늦게 오게 될 테니 좋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 올해 칠순 예정인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