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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ul 01. 2023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아,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 먹겠네.


요즘 조금 바쁘다. 다음 주말에 보름 정도 출장을 간다. 일행이 전부 스물세 명이나 되어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직장 상사가 들볶아서 진짜 미쳐버리겠다.


그동안 나름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다. 알맹이 없는 잔소리에는 귀를 막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네네, 하며 잘 버텨왔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매니저 욕을 해도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매니저의 입장도 이해하고 동료들의 입장도 이해해 왔는데 갑자기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진 느낌이랄까.


지금 일하고 있는 대학이 자금난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와중이지만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우리 센터는 무사해서 일 년 후 계약이 끝나더라고 지금 당장 나가라고 내쳐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앞날이 깜깜하다.




지난 목요일 같은 사무실 동료가 당장 매니저에게 가서 그만두겠다고 한다는 걸 말렸던 나다. 사표는 언제든 낼 수 있으니 하루만 더 생각해 보라고, 돈도 벌어야 하고 어느 직장을 가나 다 어려운 점이 있다고,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한 그녀를 말렸던 게 엊그젠데.


어제 딱 퇴근 시간에 맞춰 보낸 말도 안 되는 메시지를 보고 주말 저녁을 완전히 망쳤다. 기대 같은 건 애초에 없었고 어차피 말도 안 되는 딴지라서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이었는 데도 어제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나도 아니라고는 했지만 나름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다.


하지만 나도 안다. 남의 돈 벌어먹는 게 힘들다는 것, 어느 직장이나 일보다 사람 관계가 더 어렵다는 것. 그러니 나는 어느 정도 사소한 일들은 초월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막상 연타를 맞고 나니 과연 초월이라는 감정 상태가 가능한 건가 싶다.




확 열이 올랐다가 가라앉으니 어느 정도 머리는 식었지만 그래도 출장이 끝날 때까지는 몸을 조금 사려야겠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참자,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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