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막_모래위의 동물 농장

2장_두더지와 비행기

by 게으른 개미

또 다른 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작은 키에 둥근 어깨, 마치 해를 피해 살아가는 두더지 같았다.


그는 발주처 전기 부서 supervisor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만 열면 비아냥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두더지는 매주 회의를 열었고, 설계, 조달, 시공, 시운전 등 모든 부서가 그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


조달 부분 회의의 주제는 ‘비상 발전기의 엔진 입고 지연’ 이었다.
프랑스에서 선적 되었어야 할 엔진이 네덜란드 제조사, 우리가 계약한 비상 발전기 업체, 그리고 프랑스 현지 운송사 간의 의사소통 혼선으로 항공 운송 일정이 자꾸만 지연되고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사우디 담맘(현장에서 제일 가까운 공항)까지 직항도 없는 상황. 결국 발전기 업체는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프랑스 파리에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사우디 담맘까지 오는 화물항공편을 선택했다.


나의 설명을 듣고 두더지 supervisor가 말했다.


두더지: “카타르 항공? 왜 사우디 항공을 이용하지 않지?” 두더지가 물었다.

나: "왜냐하면~"


아니, 정확히는 묻는 척을 하면서 말꼬리를 자르며 자기 말을 이어갔다.

두더지: “왜 비행기가 환승하지? 시간 낭비 아닌가?”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또 끼어든다.


두더지: “왜 지금 당장 프랑스로 출장 가서 업체 만나서 해결 안 하지?”

설명할 틈도,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쏟아지는 말들. 그 말들 사이에서 '정상적인 대화'는 자리를 잃었다.


그는 책임질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입만 열면 자유롭게 떠들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없고, 오직

말장난과 비꼬기로 시간을 채웠다. 그리하여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나는 두더지에게 내 귀한

시간을 헌납했다.


그를 보며 내 안에서 폭발할 듯한 욕망이 자꾸만 커졌다. 무언가로 때리고 싶었다. 두더지가 회의에서 떠들

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가상의 두더지 잡기 게임을 시작했다. 두더지가 머리를 땅 위로 내밀 때마다, 나는 고무망치를 들고 그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현실에서도 내가 그를 제어할 수 있다면, 이 모든 분노와 처참함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막은 사람을 시험하는 곳이다. 활활 타오르는 땅의 열기보다 사람의 말이 더 고통스럽고, 침묵보다 사람의 말이 더 잔인하다.


" 아무 잘못 없이 땅 속에서 살고 있는 두더지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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