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_타조는 프라다를 입는다
발주처와 일하다 보면 정말 다채로운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단연 독보적이었던 인물이 하나 있다.
프라다를 입은 타조. 지금 생각해도, 이 사람은 참… 설명하기 어려운 캐릭터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그.
머리는 매일 아침 정성스레 왁스로 바른듯이 정갈하게 고정되어있다.
양복은 바지 통이 좁은 스키니핏이다. (다른 발주처 직원들이 대부분 힙합 스타일의 헐렁한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패션으로 자기 존재를 어필하는 타입’ 이었는데, 문제는… 타조의 성격이었다.
한 마디로, 폭군.
타조는 늘 윽박지르고, 몰아붙이고, 사람을 닦달했다. 특히 한국 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도저히 계약 상대방을 대하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갑과 을… 아니, 그 이상이었다. 한국인을 일개 하청 노동자 정도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는 매번 기분을 상하게 했다. 정중하게 말해도 돌아오는 건 무례한 말과 협업보다는 명령이었다.
타조는 단지 기준이 엄격한 게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 없었다.
어쩌다 그와 함께 회의라도 하는 날이면, 다들 긴장했다. 작은 말실수라도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자기 기분 상하면 하루 종일 말도 없이 사람들을 무시하는 식이었다. 도무지 어떤 기준으로 화내는지도 기준도 없었다.
내가 한참 타조와 엮여야 했던 시기에는, 회사 일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을 추스르는 게 더 일이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이상한 게 있다.
그렇게 문제가 많고 안팎으로 다들 기피하는 인물인데도… 타조는 꽤나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패션과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완성된 독특한 캐릭터. 프라다를 입은 폭군 타조.
"프라다 양복을 안 입어도 그 자체로 멋진 타조에게 미안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