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막_진실 너머의 진실

내가 했던 말은 거짓말이야 모두 거짓말이야

by 게으른 개미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우디 현지 업체들의 말은 겉보기에 그럴듯하다. 거짓말이라기보다 사실을 압축한 환상처럼 들린다. 그들은 진실을 숨기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할 뿐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우디 사람이 아니다.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팔레스타인, 요르단 출신 실무자들이 주를 이루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 조합은 때로 “글로벌 협업”이란 말이 얼마나 이상적인 표현인지 체감하게 한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 사람들은 주로 “할 수 있다”, “곧 될 것이다”, “인샬라” 같은 미래 지향적 언어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뜻은 대개 '안 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면, 남아시아 출신 실무자들은 “이미 처리되었다”는 식으로 과거를 재구성해 현재를 건너뛴다.


이들의 말에서 ‘현재’가 비어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진실을 찾는 일은 이곳에서 가장 허무한 작업이었다. 오히려, 누가 가장 설득력 있게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지켜보는 편이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우디 현지 제조 및 납품업체들의 전반적인 역량은 매우 낮은 편이며, 품질과 납기 측면 모두에서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서화 능력, 표준화된 품질 관리 체계, 납기 준수에 대한 인식 등, 여러 면에서 반복적인 결함이 발견된다. 지속적인 클레임과 일정 지연에도 불구하고 개선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태도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처음엔 단순한 착오겠거니 이해하려 들다가, 어느 순간 내가 무언가를 잘못 이해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에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감히 장담한다. 헬렌 켈러를 길러낸 설리번 선생님조차, 이들은 포기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 1막_모래위의 동물 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