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기억

by 게으른 개미

집을 떠나 반복되는 고단하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은 것은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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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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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마다 따뜻하고 누룽지가 나왔다. 그 구수한 맛에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끝없이 퍼먹게 되는 그 맛, 아마 한국에서도 그리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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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점심 식탁에 떡볶이가 등장하는 날은 나만의 작은 축제였다. 반찬으로 나온 떡볶이를 밥 대신 먹었던 날도 있다. 매콤한 소스가 입안 가득 퍼질 때,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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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요일 (현장에서 유일한 휴일) 아침 식사(대략 새벽 4시부터 7시까지)에는 부지런히 기상한 사람만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있다. (무려 양은 냄비에 끓여준다!) 나는 사우디 현장에 있는 약 20개월 동안 단 세 번 먹었다. 1)리야드 여행 가던 날, 2)카타르 여행 가던 날, 3)그리고 바레인으로 재외국민 대통령 선거하러 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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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금요일 점심은 늘 면요리였다. 잔치 국수와 우동이 나오는 날이면, 그 자리에서 끝없이 먹어도 모자랄 만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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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일 점심마다 나오는 닭과 소고기 요리. 단백질 걱정은 없었고 든든함이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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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매일 점심 후식으로 나오는 수박과 멜론. 달콤함과 시원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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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명절을 앞두고 찹쌀떡이 나오는 날이면 앉은 자리에서 두 개만 먹으려고 얼마나 자제했던지. 그 쫀득한

달콤함이 그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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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저녁때 사우디 STAFF 식당에서 받아오는 사과, 바나나, 그리고 샐러드. 특히 홍옥(PINK LADY) 품종의

사과는 정말 신선했다. 한 입 베어 물 때 퍼지는 향과 아삭함이 여전히 입 안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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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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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가 그렇게 그리웠다. 사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주말마다 두 시간씩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스타벅스, 시나몬 롤. 이것들은 도시화와 문명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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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빵과 쿠키 (사우디는 편의점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대형 마트에 가도 내가 원하는

종류의 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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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압력밥솥에서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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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종 나물. 푸르름이 너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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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냉이 (한국으로 정기 휴가를 나올 때는 늘 '강냉이'를 찾았고 사료처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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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과자 짱구


그 단순한 것들이 왜 그렇게 그리웠을까. 현장에서는 닿을 수 없었던 맛의 색깔, 그리고 고국과의 연결.

돌아보니 결국 먹는 이야기뿐이다. 그러나 그 안에 현장 생활의 가장 진실한 기쁨과 그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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