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起) - 낯선 세계에 발을 딛다
“We’re landing shortly”
비행기가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공항에 곧 착륙한다는 외국인 기장의 안내 방송이 들렸다.
닫아두었던 창문 덮개를 올리자, 창 너머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황톳빛 사막이 펼쳐졌다.
입국 심사장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고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까만 니캅을 두른 채로 눈만 내놓은 여성 직원들이었다.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개방 정책을 선언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관습은 느리게 변하는 법. 까만 천 아래 숨은 얼굴들과 눈을 맞추며 나는 묘한 위축감을 느꼈고 낯선 세상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입국 심사는 의외로 순조롭게 끝이 났지만 전통 복장을 갖춘 현지 남성들과 검은 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린 여성들이 내 시야를 가득 채운 탓에 긴장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입은 옷만으로도, 이곳은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 현장에서 마중 나온 삼국인 기사(Driver)가 내 이름이 적힌 푯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Hi, My name is OOO.”
“Hello Ma’am”
짧은 인사를 나누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낮 시간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마치 나라 전체가 온풍기를 틀어놓은 듯 땅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난생처음 겪어보는 두텁고 더운 공기에 기가 눌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뒤로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고정했다. 도로는 지루할 만큼 똑바로 뻗어 있었고 그 길을 따라 사막이 끝없이 이어졌다. 땅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듬성듬성 박혀있었고, 간간이 모래색 집들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닫힌 창문 너머로 바람이 불고 모래가 부옇게 퍼질 땐 이국의 먼지가 내 코 끝 깊숙이 스며드는 듯했다. 한참을 달렸을까. 약 2시간 정도 후에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현장 캠프(숙소)에 도착했다.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속에 위치한 캠프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문득, 이곳에서의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고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버틸 수 있을까..?' 마음 한켠이 흔들렸다.
왼쪽부터
[사진 1] 기장의 안내 방송을 듣고 내다본 바깥 풍경. 온통 사막이다
[사진 2] 담맘 공항 착륙. 딱 여기에만 나무가 있다.
[사진 3] 담맘 공항의 입국 심사대. 실제로는 촬영 금지여서 인터넷에서 검색된 이미지를 첨부한다. (출처: SAUDI PRESS AGENCY: www.spa.gov.sa/en)
왼쪽부터
[사진 4] 아람코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이다. 녹색 공항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사진 5] 담맘 공항을 나오게 되면 처음 보이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사진 6] 끝없는 펼쳐진 사막
[사진 7] 현장 캠프(숙소)는 이렇다
[사진 8] 캠프 주변은 철조망으로 둘러쌓여있다. 지금은 나무들이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