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 맥스 마틴 : 팝의 설계자들
맥스 마틴(*1)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천재 프로듀서”라는 말을 붙인다. 하지만 그 표현은 어딘가 적확하지 않다. 그의 음악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느껴지는 것은 영감의 폭발보다는 치밀한 기획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직관보다는 구조, 감정의 분출보다는 설계에 가깝다. 그는 감각형 예술가라기보다는, 팝을 다루는 근면한 설계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그의 출발점은 팝이 아니라 록과 메탈이었다. 학창 시절 맥스 마틴은 글램 메탈 밴드 It’s Alive(맥스 마틴 포함 5인조)에서 보컬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Martin White라는 이름으로 밴드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기에 이른다. 음악 커리어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이 선택은 Cheiron Records(BMG 계열)를 운영하던 프로듀서 데니즈 팝(Denniz Pop)과의 계약으로 이어졌지만, 밴드의 성과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데니즈 팝이 젊은 록커였던 마틴에게서 송라이팅(Song writing)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데니즈 팝은 이 과정에서 그에게 ‘Max Martin’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멜로디를 ‘감정’이 아니라 ‘흐름’으로 이해했다. 노래 한 곡은 이야기라기보다 그래프에 가까웠다. 언제 긴장을 만들고, 언제 풀어줄지. 어느 지점에서 청자의 귀를 붙잡을지. 이때 중요한 건 의미가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그는 Verse–Pre-Chorus–Chorus의 구조를 집요하게 다듬었는데 특히 프리코러스에 집착했다. 후렴으로 바로 가지 않고, 한 번 더 끌어올리는 구간. 기대가 극대화되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런 문법으로 그의 곡에서 후렴은 예상 가능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이유는 반복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차이(micro variation) 때문이다. 같은 멜로디처럼 들리지만, 악기 하나가 바뀌고, 박자가 살짝 밀리며, 보컬의 음절이 달라진다. 뇌는 이미 다음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완전히 같은 장면은 오지 않는다. 이 어긋남이 중독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영어를 '언어'가 아니라 소리로 다뤘는데 이 부분이 바로 맥스 마틴을 결정적으로 설명하는 지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맥스 마틴이 “영어를 완벽하게 쓰려 하지 않고, 가사에서 의미보다 소리·발음·운율(phonetics)을 우선한다" 는 요지로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말했다.그는 후렴이 금방 기억에 남게 만드는 것, 각 파트의 음절 수·밀도를 조절하는 것을 강조한다. 즉, 의미 전달보다 귀에 ‘맞게’ 들리도록 설계하는 태도.단어와 음절을 멜로디에 복종시키는 방식이다. 스웨덴 출신인 그는 영어 원어민이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이 그의 강점이 되었다. 그는 단어의 의미보다 발음에 집착했다. 어떤 발음이 길게 늘어질 때 쾌감이 생기는지, 어떤 발음이 박자 위에서 튀는지. 가사의 문법적 완성도보다는, 입에 걸리는 소리와 리듬을 우선했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의미가 모호한 문장들이 많다(*2).백스트리트 보이즈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는 ‘I want it that way’ 노래 속 가사가 좋은 예이다.
Am I your fire
The one desire
Believe when I say
I want it that way
But we are two worlds apart
Can't reach to your heart
When you say
I want it that way
후렴에서 반복되는 “never wanna hear you say, ‘I want it that way’”라는 문장은 의미를 설명하기보다는 후렴을 닫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노래 내내 아홉 번이나 되풀이되지만, 그 안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it’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불분명함이 노래를 세계 어디서나 통하게 만들었다. 문법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따라 부르기 쉽고 노래는 귀에 남는다. 영어를 ‘이해’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청자가 직관적으로 흡수하도록 설계된 이 음악은 반복되는 구조와 미세한 변주를 통해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뇌는 익숙함과 동시에 예측 가능한 어긋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팝을 하나의 세계 공용어로 만들었다. 맥스 마틴의 노래가 미국 차트를 장악한 이유는 그것이 미국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특정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스 마틴을 개인으로만 보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그를 만들어낸 환경을 보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훨씬 넓어진다.
Crumbs:
(*1) 맥스 마틴(Martin Karl Sandberg)
그가 쌓아온 부와 명성, 재능을 떠올리면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생길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늘 주변 동료들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며, 공을 자신이 아닌 그들에게 돌린다. 스스로를 앞에 내세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인지, 생각보다 그의 영상이나 인터뷰 자료는 많지 않다. (맥스 마틴씨, 덕분에 이번 생애에 귀호강 많이 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절 올립니다.) (--)(__)(--)
(*2)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원어민의 입장에서 맥스 마틴이 멜로디에 맞춰 음절과 가사를 복종시킨 지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곡 <…Baby One More Time>이다.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은 <Hit Me Baby One More Time> 이었는데, 당시 브리트니는 이 문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브리트니의 곡이 아니었다. 한때 TLC(미국의 R&B, 힙합 여성 아이돌. 대표곡: No Scrubs)에게 먼저 제안되었지만, 멤버들은 'hit me'라는 표현이 가정폭력을 연상시킨다며 강력하게 반대했고 결국 곡을 거절한다. 만약 그들이 이 곡을 수락했다면 팝 음악사의 한 장면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 노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돌아갔고, 팝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TLC 멤버들이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곡에는 원래 주인이 있는 법이고, 이 노래는 처음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것이었다”라는 그들의 말은 히트곡을 둘러싼 운명과 타이밍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