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빠뜨린 것 같은 대회 준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뭔가가 엉성하다. 왜일까?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by 갬성장인

단막극 대본이 완성되고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근무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우리 회사는 앞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물류회사다.

고객의 물건을 원하는 곳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물류회사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고객도 천차만별이다. 국내와 해외, 기업과 개인, 심지어 국가 부처 및 기관까지,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여야 하다 보니 우리가 근무하는 사업장은 24시간 3교대 체제로 운영된다.

우리 모두가 3교대 근무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정작 대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부분 연습, 개인 연습만 하였을 뿐 모두가 모여 맞추어 보지 못했다.

걱정이었다.

어쨌든 이 대회의 참가부터 연습까지 주관하고 있는 해연이와 이 문제를 상의했다.

해연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짧은 단막극이라 대회 2~3일 전에 맞추어 보아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했다.

대회 참가는 각 조직 리더들에게 보고가 되었고 이미 우리 회사에 우리 외 한 개 팀이 더 참석한다고 한다.

나 역시 입상에 의의를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참가하는 것에만 의의가 있었다면 꼬박 3일을 잠을 줄여가며 대본을 쓰지도, 회사와 사업장 내 여러 가지 산적한 일들이 있는데 꼭 대회에 참석해야 하겠니라며 만류하는 헌철을 설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필 대회가 열리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각종 행사가 많은 달이어서 물류회사도 덩달아 바빠지는 달이다.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조직 리더들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한 나는 안중에 없었던 것일까, 해연이에게 서운했다.

서운함은 뒤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뭔가 큰 망신만 당하고 돌아설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봤을 때는 연습시간이 부족해, 근무시간도 제 각각이어서 차주부터 근무 조정을 건의드려서 주간근무로 변경할 테니 연습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 필요하면 주말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고"

해연이의 대답은 단호했다. "당분간은 안 돼요, 제 생일이 다음 주 토요일이라 이번 주는 생일 주간이에요."

내가 세상의 빛을 보고 생일 주간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알았다고 간략히 대답하고 호운이를 불러 나의 입장과 조직 리더들이 반대했음을 그네들은 우리의 대회 참석으로 인한 손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였고, 지금의 준비상태로는 출전에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강주소방서와 이야기가 끝나 지금 대회 출전을 취소할 수도 없었기에 어찌 됐는 나에게는 대책이 필요했다.

호운이가 해연이와 이야기를 다시 해보겠다며, 걱정하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일 주간, 나와 해연이는 나이가 꼬박 15살 정도 차이가 난다.

어찌 보면 나이 차이만 보면 옛 시절에 조카뻘 정도의 차이가 아닌가......

당시의 나는 해연이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요즘 MZ의 트렌드인가라며, 호운이가 원만하게 조율해 보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자신의 일을 느리더라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녀석이 생일 주간이라고 해버리니 힘이 빠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나는 생일은 내가 세상의 빛을 본 날일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기에......

아직도 이것이 세대 차이였는지, 생각의 차이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
이전 11화심폐소생술 경연대회를 준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