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직을 결심하다. 내가 문제인가, 네가 문제인가?
조금 서둘러 출근했다.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기도 했지만 머릿속이 얽혀버린 실타래 같을 때면 이것저것 하며, 잊어버리려 하는 습관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전 09시 50분이다.
슬그머니, 바람을 쐬려는 것처럼 회사를 나섰다.
1, 2분 정도가 지났을까,
나의 휴대전화가 또 한 번 요란스럽다.
예, 김정우입니다.”
“예, 어제 전화드렸던, 어제는 휴일에 전화드려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김정우님 입사 관련해서 상무님, 대표님과 말씀 나눴고, 저희 조건을 말씀드리고,
결정 부탁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예, 처우를 알려주시면 제가 고민해 보고, 빠른 시일 내 답변드리겠습니다.”
“예, 저희가 생각하는 김정우님의 직급은 차장이며, 급여는 저희 급여 기준과
어제 말씀해 주신 현 직장 급여를 감안하여 산정하였습니다.
언제쯤 답변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수요일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머릿속이 더 헝클어진 것 같다.
이직을 고민할 때마다 많은 생각이 나를 어지럽힌다.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바로 옆에 두고도 알지 못한 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순간의 어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피하려 하는 건 아닐까?
나에 대한 객관화가 먼저였을까?
많은 고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하게도
어느덧 약속한 수요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염없이 고민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해, 김정우,
너의 결정을 알려줘?
‘3년여란 시간을 보냈고, 지금의 어려움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뒀을 뿐 나는 그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
과연 바뀔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
날이 밝아 수요일이 되었다.
오전 10시쯤 이직하겠다 연락했고, 입사일은 인수인계 기간을 감안하여
한 달여간의 여유를 두는 것으로 논의를 마쳤다.
이제 이시운상무와 양병수대표에게 이야기하고 서둘러 인수인계를 준비하여야
한다.
다행히 이시운상무와 양병수대표 모두 사무실에 있었다.
괜히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필요가 없을 듯했다.
이시운상무에게 한 달 정도 인수인계를 한 연후에 그만두겠다 했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정우야,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인수인계 기간으로 한 달을 생각하고 있고, 여러 번 업무 분배에 관하여 몇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알았어, 양대표와 상의해 보자!”
이상무는 양대표와 상의해 보겠다며,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5분여쯤 지났을까 이상무가 나를 불렀다.
“정우야, 네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한 달 정도 휴가를
다녀오는 건 어떠니, 휴가기간에도 급여는 그대로 나갈 거야?“
“아닙니다. 이미 가기로 약속한 곳이 있어 그리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동안 충분히 힘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몇 차례 상무님께 말씀드렸고, 이렇다 할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와 양대표, 이상무 셋의 실랑이가 30분 정도 이어졌을까?
남은 한 달여 인수인계를 마치고 마무리 짓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이리하여 나는 세 번째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