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길 다면 긴 꿈만 같았던 나의 휴가
윤영석차장과 집으로 향했다.
“너 3일은 일 생각하지 말고 쉬어, 너 이대로 일하면 큰일 난데, 아까 들었지?”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
“너는 일 좀 줄여야 돼, 깜짝 놀랐잖아!”
“알았어, 이번 달까지 기초 설계 마무리여서, 거의 마무리 됐어”
윤차장의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덧 집 앞이다.
고생했다, 고맙다 이야기하고, 집으로 들어섰다.
조금 나아진 듯했지만 여전히 머리는 무거웠다.
‘잠시 쉬자!’
침대에 몸을 누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선한 기운에 눈을 떠보니 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다.
3~4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개운 함이다.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습관처럼 책상 앞에 앉았다.
어제 새벽까지 살펴보던 설계도면과 전문서적들로 책상이 어지럽다.
설계도면을 잠시 살펴보다 이내 덮었다.
‘굳이 오늘까지 설계도면과 전문서적을’
책장에 꽂혀 손길을 기다리던 ‘엄마를 부탁해’를 집어 들었다.
몇 페이지나 읽었을까, 고작 십여 페이지 정도 읽었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 않은 책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처럼 느껴보는 평온함이다, 아늑함이다. 따스함이다.
몇 날 며칠을 졸린 눈을 비비며, 설계도면을,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살피느라 피곤할 법도 할 텐데
아득했던, 어지러웠던 내가 점점 평온을 되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새벽녘이 가까워 온다.
더 듣고, 더 읽고 싶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만이 아니기에 책을 내려놓았다.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누였다.
참으로 편안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었다.
밝은 햇살이 나를 간지럽히는 것 같다.
“몇 시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시계를 살펴보니 오전 7시다.
“오늘은 뭐 할까”
중얼중얼 거리며, 냉장고를 열어본다.
“먹을 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네, 대체 여태 밥은 먹고 다닌 거야?”
출근하느라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과 저녁은 회사에도 모두 해결하니 집에 먹을 것이라고는 물밖에 없다.
오전 7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무엇인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가기 귀찮은데, 아니다. 일단 나가보자, 3일이나 지내야 하는데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바쁘게 출근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여유를 부리며, 이곳저곳 서성여본다.
앗, 편의점이다.
편의점에 들러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 몇 가지와 간식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뭐 할까?
그냥 하릴없이 음악을 들으며,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며, 그렇게 지내보자.
3일이라는 휴가를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자.
그간의 보상이라 생각하며
몇 곡의 음악을 듣고,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잔의 차를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또렷하다.
모처럼의 휴식이었고, 너무 행복했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그래, 우리 삶에 쉼이 필요하구나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구나
적절한 때 스스로에게 쉼을 선물하는 것 또한 더욱 오래 달리기 위한, 멀리 가기 위한 슬기로운 방법이었구나
게으름 피우는 것, 돌아가는 것이 아니구나
반드시 기억하자!
쉼은, 오래 달리기 위한, 멀리 가기 위한 슬기로운 방법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