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력이 빛을 잃어버릴지라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김영인과장이 떠난 후 열흘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연이은 야간과 철야로 모두 지쳐가고 있었지만, 우리의 땀방울은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몇몇 공정은 이미 계획 일정을 앞서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밤낮을 잊은 채 며칠을 지새웠는지 기억조차 흐릿해질 때쯤 기한 내 준공이 가능할 듯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던 시간이 더디지만 흐르고 있었다.
희망은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이 꽉 깨물고 뛰어온 시간이 아깝지 않냐?
우리 사고 한번 쳐봐!“
그 누구도 지킬 수 없을 것 같던 약속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되어가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활기를 잃어버렸던 현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되찾았고,
모든 것에 거침이 없었다.
이제,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
어느덧 공정 회의 시간이 되었다.
항상 현장에서 이루어지던 공정회의를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이 마지막 공정회의네요.”
“예, 벌써 시간이 허허허”
“각 공정 별 현재 진행 사항 공유 부탁드립니다.”
“금일 준공 하루 전으로 전 공정 시운전 준비 완료하였습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시운전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턱까지 찬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쯤 김영인과장이 연수원에서 돌아왔다.
“일정에 맞추어 준공하셨다 들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지연된 공사를 맡긴 채 자리를 비운 김과장의 멋쩍은 인사가 썩 반갑지 않았다.
준공 후 며칠이 지났을까
현장 소장이 나를 찾았다.
회의실로 급히 달려가니 소장과 김과장이 있었다.
“김정우차장, 준공 일정 맞추느라 고생했네!”
“예, 감사합니다.”
“미안하지만, 우리 현장이 이 공사를 끝으로 당분간 공사가 없을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곧 다른 현장으로 발령 날거야“
“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알겠다 간단히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공사가 연이어 이어질 것이라 판단했던 소장은 인력충원을 요청했고,
다른 현장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던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곳에서 한 달 남짓 지내다 보니 처음 배치될 예정이었던 현장은 다른 인원이 배치되었고,
나는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렵사리 일정을 맞추어 준공하였지만, 그 공은 김영인과장에게 모두 가있었다.
나는 단지 김과장의 부재 시 계획된 일정에 맞추어 진행하였던
무의미한 1인이 되어 있었고,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쓸모없는 이방인이 되어버린,
나의 무의미한 노력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