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알 수 없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곧 다른 현장으로 발령 날 듯하다란 현장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을까 소장이 나를 다시 찾았다.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파주나 구미 Display현장으로 갈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어.”
“예,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사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었네
파주나 구미 Display현장은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곳보다는 상황이
좋을 것 같아“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김정우차장”
“예”
“서운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김차장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지 몰라!”
“파주나 구미 Display현장에 제가 담당하는 직무가 있나요?”
“어, 잘 모르겠지만 있지 않을까?”
“예, 말씀 마치셨으면 일어나 봐도 될까요?”
“어, 그렇게 하지”
막연한 희망을 품어라 이야기하는 소장은 마치 나를 조롱하는 듯했다.
그 이후에도 소장의 뜬구름 잡는 듯 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몇 달 후 공사가 이어질 것 같은데 어느 현장에 있던 다시 부르겠다.
가게 될 현장이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등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계속되며 나는 지쳐갔다.
여기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하루라도 빨리 다른 현장으로 가는 것이 나에게 더 좋을지 모르겠다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발령 이야기를 들은 지 열흘쯤 지났을까
소장이 다시 나를 찾았다.
“구미 Display 현장으로 결정되었네”
“예, 알겠습니다.”
“같은 구미 현장이니, 자주 연락하며 지내면 되겠네, 잘 된 것 같아”
별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잠자코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싫었던 걸까, 아니면 자그마한 미안함이 있었던 것일까
소장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규모가 있는 현장이다 보니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야,
그동안 고생했으니 다음 주는 Refresh휴가 보내고,
휴가 이후 인수인계하고 자리 옮기는 것으로 현장 소장이랑 이야기 나눴어“
“예, 알겠습니다.”
이후 몇 마디 어색한 대화를 이어간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 발령이 결정되고 소장은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막연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 것 같았다.
마치 마음의 짐을 덜어내려 하는 것처럼
자신의 욕심과 그릇된 결정으로 누군가의 시작이 엉켜버렸다면
진심이 담기지 않는 위로보다는 침묵이 낮지 않았을까
첫 현장을 떠나려 하는 그 순간까지 나에게 작은 배려조차 허락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