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더욱 조여 오는 올가미 같았다.
김영기과장과 함께 6 공장으로 향했다.
“차장님, 6 공장은 초순수(제조시설) 공사는 제가 공정배관 연결을,
차장님께서 기기 설치 및 외부 배관을 맡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그렇게 해요.
제가 초순수 공사가 처음이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금방 익숙해지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데 박지현과장은 조심하십시오.“
“왜요?”
“이현소장, 협력업체 이래저래 얽혀있는 이가 박지현과장입니다.
지내시다 보면 차차 알게 되실 듯합니다.“
김과장의 알듯 말듯한 이야기는 하루 종일 나를 어지럽혔다.
Display현장은 1 공장부터 6 공장까지 있었고, 그 사이사이 부속동이 있었다.
공장의 규모가 작지 않았던 터라 이곳저곳을 익히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매일 1~2시간을 할애하여 이곳저곳을 다녔다.
가장 어려웠던 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던 지하층이었다.
대부분의 설비가 지하층에 설치되어 있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곳이었다.
길을 익히는 것이 가장 먼저라던 소장의 이야기가 무슨 뜻이었는지 알 듯했다.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어디 어디에서 회의를 하겠다, 어디 어디에서 현장 확인을 하겠다 하면 찾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현장을 다녀오니 사무실에 소장과 박과장이 있었다.
“어, 김차장 현장 다녀오나 보네”
“예, 오늘 MMF 내 충전물 교체가 있어서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래, 현장을 자주 살피는 건 바람직한 거야, 누구처럼 사무실에 있어서 되겠나!”
“꼼꼼히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박과장 6 공장까지 왔으니 김차장이랑 현장 확인하고, 천천히 복귀해라
김과장은 어디 있지?
김과장이 현장에 오래 있지는 않을 텐데?“
“오늘 주요 기기 배관연결이 있어 현장에 있겠다 했습니다.”
“김과장 믿지 마라, 차차 알게 될 거다.”
소장이 김과장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굳이 누군가에게 전해 들을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날 정도였기에
그리 며칠이 지났을까
소장은 박과장과 사무실에 자주 다녀갔다.
다행스럽게도 소장이 사무실에 올 때쯤 현장에 있거나, 현장에서 사무실로 들어서는 길이었다.
소장은 항상 박과장과 함께 다니는 것 같았다.
함께 다니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박과장을 조심하라던 이야기의 속내는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