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 나를 내맡겨본다.

무엇인가 바꾸려 하기보다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다.

by 갬성장인

토요일, 일요일

이틀이란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요란스럽게 울리는 알람소리를 뒤로하고 주섬주섬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Display현장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였지만 첫 출근이 조금 서둘렀다.


지난주 안내받은 곳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을 열려하니 열리지 않는다.

문득 시계를 보니 시곗바늘은 0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08시까지 출근이라더니 그래서인가?’

가방을 고쳐 매고, 주위를 둘러본다.


현장 내 신·증설공사가 한창이어서 다들 여기저기 분주하다.

마치 나만 그들과 동떨어진 세상 속에 홀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발로 애꿎은 바닥을 툭툭 차 본다.

“안녕하십니까, 차장님

일찍 나오셨네요?“

현장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강현과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일찍 시작하는 공사가 있어서 다들 현장으로 바로 출근했을 거예요,

사무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강과장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섰다.

“오늘은 여기 앉아 업무 하시면 될 듯하고요.

잠시 후 김영기과장 오면, 6 공장 현장사무실로 함께 가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강현과장은 나에게 친절했다.

사실 이전 현장에서 김영인과장으로부터 강현과장의 좋지 못한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던 터라 걱정이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좋겠다, 생각했다.

강과장에게 현장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있으니

이현소장을 시작으로 우르르 들어섰다.


이현소장의 소개로 김동현과장, 김대성과장, 박지현과장 등을 소개받았다.

간단히 구성원들을 소개받은 후 현장 개요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전 현장과 달리 Display현장은 대기(오염방지시설) 공사가 없었다.


“김차장,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이현소장이었다.

“예”

“현장 설명을 들어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대기오염방지시설 공사가 없다.

수질(오염방지시설), 초순수(제조시설) 공사가 있는데,

수질은 공사 규모가 크지 않아 김동현과장이 혼자 담당해도 충분하고“

“예”

“그래서, 6 공장 초순수 공사를 김영기과장과 같이하면서 배웠으면 좋겠는데”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후 몇 번의 이야기가 더 오가고 나니 김영기과장이 도착했다.


발령 전 인사를 왔던 날,

모두의 얼굴에 곤란함이 묻어났던 이유가 조금이나마 짐작되었다.

수질, 초순수 공사를 하는 현장에

대기 공사 담당자가 발령을 받았으니

저들의 황당함, 곤란함 또한 숨기기 어려웠을 듯하다.


나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을 듯하다, 아니 없다.

흐르는 강물에 나를 내맡겨 보련다.

어디로 흘러갈지, 어디까지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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