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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May 14. 2024

나, 정말 이래도 되려나?

아니, 목표를 이루려다 병까지 얻은 나에게 또 목표를

'똑똑'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요 며칠은 어떠셨어요?"

짧은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간 후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자격시험 하나를 준비하려 합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어서요."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더 나빠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어서요."

선생님은 하하 웃으며,

"적당한 자극은 나쁘지 않습니다. 정우님 스스로 꼭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준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신다면 저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갑작스럽게 찾아온 쉼으로 인해 무료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그 무료함을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얻게 되는 적당한 긴장감으로 이겨내는 것은 나쁘지 않을 듯하다는

이야기를 덧 붙여주었다.

"단, 그 준비가 재미없어지고,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로 찾아온다면 즉시, 그만두어야 합니다."

"예" 짧은 대답을 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다행이다!

적당한 자극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무료함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긴 했지만 이 쉼이 끝날 때쯤 나에게 의미 있는 결과물이 있다면 나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낯선 이방인을 몰아낼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적당한 자극을 위하여 자격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하고자 했던 자격시험은 소방 관련 분야였다.

대형사업장의 안전관리자로 근무하고 있었던 나는 안전, 보건, 환경분야의 자격 및 실무 경험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방 관련 분야는 자격과 실무 경험 모두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해하기도, 대응하기도 너무 어려웠고,

이는 나에게 또 다른 답답함으로 이어졌다.

나에게 낯선 이방인이 찾아온 그 시작도 내가 근무하던 곳에서 일어났던 화재사고 때문이었으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조금 더 많이 알고, 사전에 대비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항상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자격시험을 준비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 같다.


준비는 그리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나에게 소방은 항상 궁금하고,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여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소방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틈틈이 살펴보기 이미 여러 차례였다.

자격시험 준비는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수험서의 내용들과 현장에서의 상황을 하나하나 조합해 보며, 맞추어보니

앗, 그때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한 거였구나,

이러이러한 규정이 있어서 이러이러하게 운영되고 있는 거구나 뭔가 톱니바퀴에 톱니가 듬성듬성 빠져 헛돌고 있던 곳에 톱니가 하나하나 새롭게 생겨나며,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했다.

모자란 부분이 채워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었다.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고 나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화재사고와 관련하여 받은 상처를, 아픔을 더욱 살피고 배움으로써 치료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기에 멈추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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