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언제쯤 나에게도 봄이 올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언제쯤 나에게도 봄이 올까?
요즘 들어 주위에 그만두는 이, 쉬는 이가 많아 이러저러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조차 너무 힘에 부치는 하루하루다.
더군다나 올 초에 부서 이동으로 새로이 합류함과 동시에 좋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어
마치 복싱 경기 중 상대 선수가 휘두르는 주먹에 속절없이 맞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다운되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어제도 업무 일정 협의로 반나절 가량을 보냈고, 오늘도 예상치 못한 일정이 생겨 그와 관련된 협의를 하느라 몇 시간이 흘러버렸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
'왜, 이렇게 자그마한 일 하나 처리하는데 힘이 드는 거지?'
홀로 앉아 생각하던 중 스치듯 지나가는 글귀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창 밖은 완연한 봄 날씨를 뽐내며, 따사로운 햇살을 비추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겨울을 보내고 있나 보다.
부서 내 결원으로 나만 힘든 것이 아닐 것이라 수없이 되뇌어보지만
그렇다고 힘든 것이 힘들지 않은 것이 되지는 않을 터라
정말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
언젠가 후배들이 너무 힘들어하며 나를 찾아왔을 때 해주었던 말을 되새겨본다.
"살아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일지라도 터덕터덕 걸어가다 보면 언제나 그 끝이 있었고,
길고 고된 겨울의 끝에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주었으며, 따사로운 햇살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해주었다.
지금은 고단하고 힘들어, 애써 외면하고 싶기도, 도망치고 싶기도 하겠지만,
이 시간을 이겨내려,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함께 가야 하는 고약한 친구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함께 걷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끝에
서있더라!"
이 말을 오늘의 나에게 들려준다.
어쩌면 이 힘든 시간이 내게는 너무나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번아웃(소진) 증후군으로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힘들었던 나이기에 자그마한 것에도 흠칫흠칫 놀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듯 길고 고된 겨울의 끝에 봄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주었던 것처럼,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라 생각지 말고, 긴 겨울의 끝자락에 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해 보련다.
다만, 봄이 찾아오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