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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Jun 16. 2024

첫 이직과 석연찮은 마무리

떠나는 순간까지 그리 했어야 했냐?

천정민대리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 했다.

“정우야, 너 실력으로 다른 곳 가기 어렵다 이야기하지 않았니?

 요즘 내심 서운한 일이 많았나 본데 오늘 저녁이나 하자! “

“아닙니다. 갈 곳이 정해졌고, 다음 달부터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중소기업은 다 거기서 거기야 괜히 월급 밀려서 쩔쩔매지 말고 여기 있어?” 

“아닙니다. 가기로 한 곳이 나름 규모도 갖추고 있고 많이 배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천대리가 하는 이야기들은 지루하기만 할 뿐, 그 어떤 의미도, 가치도 없었다.

그네들의 쓸모없는 이야기에 가치를, 의미를 부여하며 발버둥 쳐왔던 지난 시간이 안타까울 뿐

       

진호형과 자홍이는 잘했다며, 옮기고 나서도 자주 연락하자 하였고, 두말하면 잔소리라며 우리 셋은 사무실을 나왔다.

곧이어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천대리가 이야기한 모양이다.

“그만두겠다니 무슨 이야기지?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잘해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터라, 어찌 되었건 갈 곳이 정해져, 다음 달부터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맡고 있던 일은 천대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에 인수인계는 한 달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정우야, 천대리 이야기는 그런 뜻이 아니라, 모르겠니?”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고생했다는 이야기 한번 

 들어본 적이 없어서 “

“알았다. 천대리와 상의해서 인수인계 하고 고생했다.”

이리하여 나의 첫 퇴사는 나름 아름답게 갈무리되는 듯했다.

이때까지는     


훗날 진호형과 자홍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대표와 천대리는 내가 얼마 만에 쫓겨날까 내기까지 하였다 했다.

그래, 그만두는 순간까지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던 이들이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몇 년간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내 몫을 하고자 발버둥 치던 나였다.

나 역시 서투르고 실수도 많은 ‘나’였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당시 나는 일머리가 없는 편이었으니’

다만, 한 번쯤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응원해 주었다면, 여유를 두고 잠시 기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항상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며, 

“우리 회사니까, 나정도 되니까 너 데리고 있는 거야! 너 여기 나가면 바로 낙오자, 사회 부적응자 되는 거야, 내 말이 맞는지, 틀린 지 확인하고 싶으면 그만둬 “

너무나 많이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았고, 깊은 생채기가 되어있었다.    

 

고생했다, 잘해왔는데 왜 갑자기 그네들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은 

당장의 아쉬움에 맞지 않는 가면을 쓰고 나를 회유하려 한 것 일뿐 그들의 진심은 아니었으리라

이제 단 1그램의 미련도, 아쉬움도 남지 않은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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