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았던 가장 소중했던 시간
성병훈 차장은 따스하면서도 차분한 이였다.
“정우야, 우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저감 시설을 설계하고 있거든 기초 설계는 마무리되었고,
이제 상세 설계 진행하며 설계도서 준비해야 한다.
전 직장에서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천천히 해보자! “
“예, 이전 설계도서 살펴보며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래 같이 하면 되니까 걱정할 필요 없고, 잘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예”
동일한 시설로 몇 차례 시공을 마친 터라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상당했고,
기초 설계가 끝나있었기에 차분하게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접하는 기기였기에 어려움이 없다 할 수 없겠지만 새로운 기술을 접한다는 것에 약간 상기되었다.
흠,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되는구나,
아, 이 부분은 이렇게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 부분은 유지보수 시 불편함이 없을까
상세 설계를 진행하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궁금한 부분을 확인하며 하루하루 진행해가다 보니 어느덧 설계도서는 완성되어 있었다.
‘설계도서 제출 전날은 밤을 꼴딱 새기도 했지만, 나름 뿌듯했다. “
“정우야, 고생했다. 네가 있어서 제출 일정에 맞출 수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김정우대리님께서 계셔서 손 놓고 있었습니다마는”
그는 항상 잘한 것은 나의 노력으로, 부족한 것은 자신의 실수로 돌렸다.
이런 그의 모습이 때로는 낯설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러하지 않았을까
설계도서 제출이 끝나고 일주일 후 발주처 승인 공문을 수령하였고,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상세 설계 시 그렸던 도면을 토대로 제작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제작하며,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그때그때 반영하여야 하였기에 제작 공장, 거래처 등으로 자주 갔었다.
아마, 이 시기에 제작 공정을 직접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하루가 다르게 커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 커나가고 있다는 것이,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루를 분·초단위로 나눠 써야 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서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기기별 제작 진척률이 8·90% 정도 되었을 때 제작검수가 있었다.
수시로 살피며 확인한 덕에 제작검수는 무리 없이 끝났다.
이제 시공과 시운전을 마치면 하나의 프로젝트가 온전히 마무리될 예정이다.
‘와, 드디어 시공이다.’
이상하리만큼 흥분되었다.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약간 긴장되지만 기대되는 묘한 흥분, 좋은 선배와 함께 일하며, 새로운 것들을 접하는 것이 나에게 긍정의 힘이, 선한 영향력이 되었던 것 같다.
설계, 제작, 시공, 시운전 등 하나하나 끝마칠 때마다 마치 새로운 미션을 완수한
것 같은 뿌듯함은 뭔가 내손으로 이루어냈다, 완성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