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있는 힘껏 내달려보자!
현장 시공 전 사전 협의를 마치고, 내일이면 현장 설치가 시작된다.
안전작업허가서, 인력현황, 공사일보 등 제출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새로운 것 투성이었지만 예전 서류를 확인하며, 궁금한 것은 성병훈 차장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며 알아가니,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아마, 이때 대기환경보전법이, 산업안전보건법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으리라
‘아마, 지금의 ’나‘로 만들어 준 마중물이 된 때가 이쯤이 아닐까?’
그동안 이런저런 것들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 기계적으로 해오던 일의 배경과 필요를 알게 되며,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제작하며 맞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을 마쳤기에 시공은 순조로웠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선에 있는 날씨로 한낮은 무척 덥고,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 탓에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공사로 인한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때때로 환경안전팀 주관으로 실시되는 현장 점검이 힘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순조롭게 별 탈 없이 흘러가는 듯했다.
전기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전기 공사는 무척 어려웠다.
설비의 특성상 고온이 상시 유지되어야 하여 대용량의 전기 히터가 필요했고, 그로 인한 전력사용량 또한 만만치 않았다.
또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특성상 폭발 위험이 상존하기에 다양한 계측기가 설치되어야 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기 공사는 복잡하고 어려웠다.
더불어 전기란 위험하기까지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입사 후 처음 맡았는데 잘못되면 안 되는데 노심초사하며, 혹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을까 찾아 나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성가시게 한 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준공 전 가까스로 마무리되어, 전력 인입 후 하나하나 가동하며 시운전을 시작하였고,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휴, 드디어 나의 첫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다른 이들은 프로젝트 하나 마무리 하였다 하여 저리 호들갑스러울까 싶었겠지만 나에게는 이직 후 첫 프로젝트였기에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한때 한때였다.
아니, 어쩌면 ‘나’도 잘할 수 있다.
다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어려운 일도 척척 처리할 수 있다며 소리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난 수년간 어리숙하다,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나’ 스스로 떼어버리려 이리 노심초사하며, 숨 가쁘게 뛰어 온건 아닐까?
‘그래 정우야, 이제 해묵은 감정은 털어버리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