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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by 박가을





엄마, 이모와 함께

경상남도 창원으로 놀러 갔다.


가는 길에 잠시 휴게소를 들렀다.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를

의자에 앉아 맛있게 먹었다.


갑자기 엄마가 슬픈 표정으로

나에게 말하셨다.


“너 예전에 아파서 병원으로 가던 중에

휴게소 들렀던 거 기억나?

네가 차 안에서 밖의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게

아직도 떠올라.

그때 마음이 아팠어.”


그날은 마침 휴가철이라 휴게소에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당시 나는 몸 상태가 심해져서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차 안의 나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숨죽여 있었다.


차 밖의 사람들은 행복하고

평온해 보였다.


다들 여행을 다녀온 듯

즐거운 모습이었다.


핫도그를 들고

신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종교는 없지만 벼랑 끝에서

속수무책일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다.


평소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기도를

나도 모르게 수없이 반복했다.


처음의 기도는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운명을 원망했다.


‘어떤 이는 천국처럼 사는데,

다른 이는 왜 지옥을 지나야 하는지’

억울해했다.


‘제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바라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어떤 깨달음이 들려왔다.

‘지옥 같은 상황이라도

네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자신의 행동과 의지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린 문제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서

너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고,

지옥같이 사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라.


그러면 최소한 네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주변만큼은

천국이 된다’라고.


인생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우리가 먼저 인생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음은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를 역설하는 만큼

‘책임’도 강조한다.


‘인생은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인생을 분리해서 보기 시작했다.


인생이란 주어진 시간 동안

잠깐 나에게 맡겨진 과제이다.


사람마다 그 과제가 다를 뿐이다.


‘어떤 운명이 주어지더라도 받아들이고,

인생의 책임을 다하려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구나’라고 느꼈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

잠들기 전에 한 번 속으로 기도한다.


나에게 기도란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한 명상의 한 방식이다.


즉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기 위한

스스로와의 약속이자 감사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전하는 인사’다.


어쩌면 기도는 나 자신과 나누는

끊임없는 대화일지 모른다.


내 앞에 놓인 삶이라는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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