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만 원어치 책 선물을 받다

by 박가을



현관문을 열었더니 큰 택배 상자 하나가 있다.

이틀 뒤에 밖을 나가보니 또 택배가 도착했다.


모두 다 책이었다.

합치면 100만 원 넘는다.


내가 독서를 시작했을 무렵,

외작은할아버지(엄마의 작은 아빠)께서

보내주신 책 선물이다.


이후에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마다

권수 상관없이 무조건 다 사주셨다.


외작은할아버지는 오래전부터

독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셨다.

내 독서 인생에 은인과도 같은 분이다.


책 읽으면서 지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에게 책을 왕창 사서 보내주셨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하지?’ 고민한다.


훌륭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길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친다.


나는 운이 좋았다.

외작은할아버지께서 그동안 읽으셨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들만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흥미롭고 유익한 책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책 읽는 게 점점 더 즐거웠다.


또 독서의 질이 올라갔다.

이때부터 책 읽기에 푹 빠졌다.


사주신 책 중에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도움을 주는 책들도 많았다.


한 권 한 권씩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 당시 내 삶은 엉켜있는 실타래 같았다.

현실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 마음이 위태로울 때마다 책으로 도망쳤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 밀려올 때,

우울해서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을 때

한 권의 책만으로도 무너졌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책에 머물수록 내 마음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책은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또 내 마음의 그늘과 먹구름을 쓱쓱 지워주었다.


돌아보니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어두운 마음을 바꾸고 싶지만 막막할 때

당장 책으로 달려갔다.


책 덕분에 험난한 삶의 바다를 무사히 헤쳐왔다.

책이 있어서 두렵지 않았다.


책은 내 삶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내 인생과 미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매일 10분씩만 독서해도

날 억눌렀던 걱정과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


몇 년 전 인터넷 기사 하나를 읽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영국 석세스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독서로 나타났다.

6분간의 독서만으로 스트레스 68% 감소한다.

(2위는 음악감상 61% 감소,

3위는 커피 마시기 54% 감소,

산책 42% 감소, 비디오 게임 21% 감소)”


책<인생 내공>에서도 다음과 같이

독서의 효과를 증명한다.


“요즘 힐링이 열풍이지만 독서야말로 힐링에

큰 역할을 한다.

감정회로를 활성화시켜

변연계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적 영역인 대뇌피질, 특히 전두전야에도

감동적인 지적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두전야 단련에도 큰 도움을 준다.”


과거에 책으로 치유와 위로를 받은 덕분에,

9년째 매일 독서 습관을 유지하면서

현재 내 삶은 크게 성장하고 변화했다.


어느 날, 외작은할아버지께서 카톡을 보내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은 곧 사람이라 했으니, 심성이 곧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퇴직 후 서예를 배우면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글씨는 곧 그 사람 (서여기인;書如其人)'이란

것인데 글 또한 마찬가지로 글은 곧 그 사람이니

올바른 마음이어야만 올바른 글이 나올 것이다.”


읽자마자 내 책장을 둘러보며

올바른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외작은할아버지 덕분에 독서의 깊이와 내공을

이렇게 하나 더 배운다.


지금도 필요한 책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신다.

또 좋은 책이 있으면 나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신다.


책은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삶의 거친 파도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무기이자

방파제 역할을 해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울퉁불퉁한 내 운명 바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