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동안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매일 실천해 왔다.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을 실행한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글을 쓴다.
저녁 10시에 잠들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
익숙한 루틴으로 자리 잡기까지 힘들었지만,
2~3년이 지날 때쯤 뭔가 달라짐을 인지했다.
처음에는 억지로 습관을 만들었다.
반복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점점 루틴이 가져다주는 질서와 안정에서
무한한 행복과 충만을 경험했다.
‘이 감정을 평생 느끼면서 살고 싶다’라고
곱씹었다.
삶은 모순덩어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순이 있다.
바로 [규율 속에 자유가 있다] 이다.
진정한 자유는 규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문보영 작가님은 책<일기 시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자기를 빚을 때 물레는 계속 비슷하게 돈다.
도는 행위는 유지되지만 미묘한 손길에
변화를 줌으로써 도자기의 형태와 아름다움이
빚어진다.
그러므로 도자기를 빚는 인간에게
왜 자꾸 도냐고,
왜 자꾸 똑같은 동작만 반복하냐고,
그만 돌고 새로운 것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 사람은 거대한 반복 안에서
자신만의 내밀하고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자유보다 일상의 틀에서
오히려 더 큰 해방감과 설렘을 맛보았다.
일정한 흐름이 없는 생활을 했을 때보다
단단한 리듬으로 호흡하는 하루를 살아갔을 때,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좋은 습관이 운명을 바꾼다.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습관을 바꾼다는 것과 같다.
성상근습상원(性相近習相遠)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천성은 본래 큰 차이가 없으나,
습관에 따라 후천적인 성정은
크게 달라진다는 뜻이다.
삶이 욕조에 담긴 물이라고 치자.
어떤 색깔의 물방울을 떨어뜨리냐에 따라
욕조에 담긴 물 전체 색깔이 달라진다.
올바른 습관 하나가 인생 전반을
풍요로운 색으로 물들인다.
겉보기에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연속처럼 보인다.
하지만 규칙적 생활에도 나름 즐거움이 존재한다.
그 반복 속에서 기쁨과 충일감을 만끽한다.
루틴으로 생기는 혜택 속에서
나만의 인생을 가꾸어가는 재미가 있다.
이젠 색다르고 독특한 자극이 주는 짜릿함보다
평범하고 단순한 일과가 선사하는 은은함이 더 좋다.
균형 잡힌 생활 방식 덕분에
[특별한, 새로운, 화려한, 뛰어난] 이라는
형용사 대신,
[담백함, 소박한, 고요함, 수수함] 이라는
형용사를 내 삶에 들여놓았다.
어제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가
잠시 부엌 베란다 창문을 내다봤다.
포근한 햇살이 우리 아파트 단지를 감싼다.
그 순간 나는 속삭였다.
‘이게 바로 일상의 황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