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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만

by 박가을






뉴스를 통해 18살 용일군의 사연을 접했다.


용일군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파킨슨병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할아버지와

교통사고로 뇌 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다.

한때는 하루 15시간씩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아서 태어나자마자

좋은 부모를 만났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랐다.

이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다.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부모가 없는 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아픈 사람들,

좋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살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성공하지 못했거나 부자가 아니면

개인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나무란다.


물론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했다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그 사람의 태도와 의지를

탓할 수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훌륭한 부모 밑에서

풍족한 환경을 누리며 노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노력은 같지 않다.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면

나무는 흔들리면서 자란다.


어른이 되어서야 내가 그동안 몸담았던

울타리 안이 현실보다 크고 안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했다.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눈으로 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아픈 아기들도 많다.


이들은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을 얻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나는 현재 보통 사람들처럼 지내지만

늘 내 건강이 불안하다.


지금도 여행을 한 번 가려면 남들처럼

자주, 편하게 가지 못한다.


남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아닌 일에 대해

좀 더 고민한다.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일이지만

촘촘하게 신경 써서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만

남들과 똑같이 누린다.


드라마<나의 아저씨>에서 여주인공 이지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잘 사는 사람이 좋은 사람 되기 쉬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이동진 평론가도 “인간의 선함은 여유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 말에 공감한다.

나도 집안에 별일이 없을 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할 때,

상대에게 친절하고 따뜻해지기가 더 쉬워진다.


하지만 배가 고프거나 몸이 아플 때

나도 모르게 불친절하고 까칠하게 말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요즘에는 상대의 성공과 부를 보면

과정에서 어떤 장애물이 있었는지 본다.


0 혹은 마이너스에서 혼자의 힘으로

올라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성공 가치는

다르니깐.


상대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무조건 탓하기 전에,

그들의 상황과 조건부터 먼저 살펴보고

이해할 줄 아는 관대함이 필요하다.


소설<워더링 하이츠>에서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친부모에게 버려졌다.

또 힌들러와 린턴 남매의 경멸까지 더해

사는 동안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히스클리프는 집착과 복수심으로 가득 찬

잔혹한 괴물로 변했다.


시간이 흘러 히스클리프는 힌들러가 죽은 후에

그의 아들인 헤어턴을 데려온다.


불우한 환경 앞에서 무기력하게 굽어버렸던

히스클리프와 달리 헤어턴은

불운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곧게 자라난다.


거친 장애물들을 이겨내고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킴으로써

절망적인 상황을 바꾸어 갔다.


다음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워더링 하이츠>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한 사람은 희망을 가졌고,

다른 한 사람은 절망에 빠졌지요.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했으니

마땅히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밖에요.”


우리는 현실의 한 면만 보고 좌절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주사위처럼

여러 개의 면을 가진 다면체다.


같은 경험을 겪더라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실의 늪에서 허덕일지 꽃처럼 피어날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


어떤 상황 속에 있더라도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주체는

오직 자기 자신밖에 없다.


세상과 현실이 당신의 모든 걸 빼앗아 가도

‘삶에 대한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큼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이 한 가지 자유에서 당신의 운명은 창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들보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상처와 고통을 품은 채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낮은 곳에서 피는 꽃이 더 아름답습니다.

낮은 곳은 곧 높은 곳이 됩니다.

그런 당신의 삶은 누구의 인생 못지않게

고귀합니다.

‘세상이 나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커다란 벽을 만났더라도

그 벽에 밀려 주저앉는 사람이 아니라

그 벽을 밀고 넘어가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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