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관에서 사주팔자를 본 경험이 있다.
낡은 상가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철학관 간판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간은 넓은 편이 아니었다.
은은한 향초 냄새가 났고, 분위기는 고요했다.
벽에는 운세 관련 표, 십이지 그림, 사주 도표,
여러 부적이 붙어있었다.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철학관 주인이
나를 맞이했다.
상담용 책상 앞에 있는 누르스름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나에게 출생 연월일시를 물어보았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사주 결과가 쏟아졌다.
인생 전반에서 부족한 부분과 풍부한 부분이
무엇인지, 큰 위기와 시련은 언제인지,
어떤 직업이 좋은지, 인연이 언제 나타나는지 등
알려주었다.
다 듣고 난 후, 속으로 ‘돈 아까워. 괜히 했다.
이젠 안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신기한 부분도 있었지만,
나와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고 느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인간에게 사주팔자가 있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김영하 작가도 젊었을 때 점을 보았다고 한다.
점술가는 “앞으로 당신은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될 거다.”라고 예언했다.
김영하 작가는 이 말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았다.
굳이 점을 보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혹은 주변 사람이
‘나는 (당신은) 앞으로 OOO가 될 거야.
분명히 잘될 거다.’라고 믿음을 불어넣는다.
그러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인생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스스로를 긍정하면 인생도 긍정으로,
부정하면 인생도 부정으로 흘러간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단단히 세운다.
세상은 내 마음의 반영이고,
현실은 내 생각의 거울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도
“사람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어울리는
사건 밖에 만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외적 세계는 내면세계를 반영한다.
내 안에 품고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난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움직인다.
건강 문제로 방 안에서만 머물던 시절,
어느 날 유독 답답한 날이 있었다.
외적으로, 내적으로 비좁은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바닥에 누워 온 힘을 다해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캄캄한 하늘에 별들이 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우리 몸은 작은 지구와 같다고
통찰했다.
대우주 관점에서 보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인간은 지극히 미약하고
작디작은 점일 뿐이다.
비록 티끌처럼 미미해 보여도
인간의 마음속은 우주와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심연 안에 우주와 같은 신비와 경이가
고요히 숨 쉬고 있다.
우리 내면에 깃든 것에 비하면 그 외 나머지는
때로 얼마나 사소하게 느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