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대일기업 박병태 대표는 A사가 화재로
공장이 타버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A사는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업체다.
박 대표는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기업인으로서 안타까웠다.
박 대표는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A사에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공장을 빌려주었다.
A사는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 회사를
다시 예전처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A사가 재기한 직후에
또 다른 경쟁업체인 B사에서 불이 났다.
이번에는 박 대표의 도움을 받았던 A사가
B사에 선뜻 공장을 내어주었다.
경쟁업체의 불행을 자기 회사의
성장 발판으로 삼지 않고
다 함께 상생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느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가
기본 구조로 작동한다.
자본주의는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한다.
자연과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생텍쥐페리의 소설<야간 비행>에서
주인공 리비에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 비행을 감행한다.
사람의 목숨보다 업무를 더 우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현재 우리의 택배 시스템이 떠올랐다.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한 택배기사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약속한 날짜 안에 배달해야 할 물건들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택배 도착 날짜를 맞추지 못하면
해고한다는 계약 사항이 있었다.
혼자 감당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업무를 나누었다.
끝내 과도한 업무량을 견디지 못한 그는
어린 자녀들과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 밖에도 택배기사들의
잇따른 사망 사건이 터져 나온다.
물건을 조금 더 빨리 받기 위한
사치스러운 편리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졌고
한 가정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자본주의는 효율과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다.
자본은 노동력을 지배한다.
노동력은 자본의 축적과 이윤에 따라
조직되고 통제된다.
이러한 구조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드러낸다.
물질적 대상을 인간의 노동보다
더 높은 가치로 두는 경우가 많다.
임마누엘 칸트는
“나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인간을 단순한 수단으로 다루지 마라.
인간은 언제나 목적으로
다루도록 하라.”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어떤 가치를 우선에 두고
시스템을 운영하느냐이다.
인간 존중의 방향으로 향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택배를 시킨다.
평범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택배기사님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는 일이다.
이사 준비로 책장을 정리하며
여러 권의 책을 중고로 팔았다.
짧은 기간 동안 택배 아저씨는
우리 집에 여러 번 방문했다.
마트에서 ‘카스타드’ 과자 한 상자와
비피더스 요구르트 한 줄을 사 왔다.
종이가방에 담아서 문 앞에
마지막 책박스 옆에 놓았다.
“감사합니다. 간식으로 드세요!”라는
짧은 메모도 같이 붙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