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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괴물(2006): 가려진 개인

개인이 존중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by 정가은

※ 해당 게시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주한미군이 안일한 태도로 한강에 포름알데히드를 흘려보낸다. 이로 인해 한강에서 괴생명체가 출현하여 사람들을 해친다. 강두는 중학생인 딸 현서를 데리고 괴물로부터 도망치다가, 실수로 모르는 여학생의 팔을 잡고 달린다. 현서는 괴물에게 잡히고, 한강 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다며 격리된다. 특별히 괴물과 접촉한 강두는 수술을 받게 된다. 가족들은 괴물에게 잡혀 죽은 줄 알았던 현서에게 전화를 받고, 현서를 구하러 격리 시설에서 탈출한다. 가족들은 결국 괴물을 죽인다. 강두가 괴물의 입에서 현서의 팔을 잡고 끌어내지만,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두었다. 강두는 괴물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현서가 지킨 어린 남자아이를 키우게 된다.

2. 파고들기
가족들은 왜 직접 현서를 구하러 갔을까?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서가 살아 있다는 말에 경찰과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나서지 않는다. 남일은 강두를 무시하며 예의 없게 응대하는 경찰에게 "민중의 지팡이 말투가 왜 그러니?"라고 묻는다. 반면 포상금이 걸린 현상수배범을 잡는 일에는 많은 사람들과 경찰이 붙는다. 남일 한 명을 잡기 위해 형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장면이 인상적이다. 왜 일반 시민을 구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고, 현상수배범을 잡는 일은 전력을 기울일 일인가? 심지어 영화에 따르면, 전자를 추적하기가 훨씬 쉬웠다.

집단은 정치적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킨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즉 강두는 감염자가 아니었으므로 수술할 필요가 없었다. 주한미군은 다른 괴물 접촉자의 사망 원인이 감염이 아닌 수술에 의한 쇼크임을 알았음에도 강두가 수술을 받게 한다. 또한 미국은 대한민국에 바이러스가 없음을 알면서도 한강에 화학 약품 '에이전트 옐로우'를 살포한다. 약품 살포 후 귀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은 탁상행정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3. 질문
사람들을 아프게 한 건 바이러스가 아니라 무시와 은폐였다. 공권력과 민간단체가 한곳에 머무는 사람은 구하지 않고, 날쌔게 도망 다니는 사람은 잡으려고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전자를 구하지 않은 이유는 무시이다. 후자를 잡으려 했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정해진 임무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현상금을 위해, 누군가는 다른 이유로.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없다는 사실을 은폐하여 시민들이 겪지 않아도 됐을 고통을 겪게 한다. 국가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개인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무엇일까? 민주주의는 잘 살기 위해 모여 사는 체제이므로 개인의 삶이 고려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분업화, 물질만능주의 등 이 문제의 여러 원인을 유추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공동체가 개인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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