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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빅 피쉬(2004): 거짓과 인지

우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by 정가은

※ 해당 게시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언제 죽는지 알기 대 어떻게 죽는지 알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은 어릴 적 마녀의 눈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보았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진술이며,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에드워드 블룸의 아들 윌 블룸은 아버지가 당신의 이야기를 설화처럼 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신의 과거를 거짓으로 꾸며내어, 그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게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 파고들기
윌 블룸은 아버지가 당신의 과거를 모두 거짓으로 말한다고 생각하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한다. 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사랑하기 쉬운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가 누구든 사랑하기 쉽다. 윌 블룸도 오랫동안 아버지를 찾지 않았지만 그를 사랑했다. 사랑에서는 진상 파악보다 관계의 위치가 중요할 수 있다.

에드워드 블룸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대신 환상을 선택했다. 윌 블룸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싫어하던 거짓말로, 그가 죽는 순간의 이야기를 꾸며낸다. 객관적인 현실보다는 주관적인 인식이 개인의 행복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에드워드 블룸은 병상에서 무기력하게 사망했지만, 아들의 이야기 덕분에 자기의 죽음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아들은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가 고통을 잊고, 살면서 마주했던 모든 사람을 떠올리며 기쁘게 생을 마칠 수 있게 돕는다. 우리 뇌는 공상과 현실을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3. 질문
진술만으로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가? 영화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이 같은 사건을 각자 다르게 묘사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말이 진실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은 반드시 거짓이게 되는 상황도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의 말 중에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을 수 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야기에 등장한 거인은 실재했고, 샴쌍둥이 가수는 실재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든 이야기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진실인 것도 아니다. 이야기의 이러한 속성은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언제 거짓과 진실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하고, 언제 인지와 행복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할까?

여담: 인물이 상황을 묘사하며 사용했을 허풍, 과장, 비유 등의 언어적 표현을 비현실적인 영상으로 구현했다. 화면을 통해 인물이 해당 상황을 어떻게 묘사했을지 유추해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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