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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완벽한 타인(2018): 비밀의 삶

타인으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

by 정가은

※ 해당 게시물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40년 지기 친구들이 부부 동반 모임을 가진다. 그들은 식사 중 핸드폰에 오는 모든 연락 공개하는 게임을 시작하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점점 나빠진다. 연락을 공개하며 서로에게 감추려 했던 것들이 드러나고,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거짓말이 난무한다.

태수는 아내 수현에게 무심하지만, 그녀의 행실을 통제하려고 한다. 어른들에게 깍듯하고 다정한 모습은 자신과 친구의 아내들을 무시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은 영배는 친구들에게 은근히 무시당한다. 예진의 직업인으로서의 언행과 일상에서의 언행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인간의 삶을 세 개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이 그것이다.

2. 파고들기
식사 초반에 남자들이 모임에서 빠진 한 친구의 외도를 모르는 척했음이 밝혀진다. 이후에도 남자들이 서로의 비밀을 아내들에게 감춰 주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친구 한 명한테만 말한 비밀이 돌고 돌아 아내에게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된 것이다. 한편, 인물들은 비밀로 하던 부정행위가 밝혀졌을 때 자신의 부정은 정당화하고 다른 사람의 부정은 비난한다. 초반에 예진과 준모가 눈을 마주치는 신에서 둘의 부적절한 관계가 암시됐었다. 추후 준모가 다른 여성을 임신시킨 사실이 밝혀지자, 예진은 준모를 방으로 데려가 뺨을 때리고 욕을 한다. 예진을 포함한 사람들은 같은 종류의 부정에 대해 자신이 당사자일 때와 아닐 때 다른 태도를 보인다.

예진이 남편인 석호에게 묻는다. "왜 그래? 당신답지 않게." 석호가 답한다. "나다운 게 뭔데?" 맥락상 이 대화는 평소처럼 하라는 말과 평소의 모습이 자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나다움'을 타인이 정의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정의하려면 그것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영배가 친구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말하지 못한 이유도 그들이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영배는 자기 행복을 위해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남에게 의지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인간은 나다움의 정의와 행복을 모두 타인에게 의탁해야 하는가?

3. 질문
타인으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 이는 타인의 비밀과 관련이 있다. 준모는 친구가 동성애자라고 밝혀지자 화를 냈다. 그러나 친구가 게이여서 화난 것인지, 게이임을 말하지 않아서 화난 것인지 묻는 말에 답하지 못한다. 다른 상황에서도 비밀의 내용에 화난 것인지, 비밀의 존재에 화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타인으로부터 행복을 얻으려면 타인의 비밀을 몰라야 할까? 아니면 애초에 타인이 비밀을 갖지 말아야 할까? 이 질문에서 답을 얻기 쉽지 않은 이유는 현실성이 개입하기 때문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비밀이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지, 인간에게 비밀 없는 삶이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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