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처럼 흩날릴 수 있기를

26. 3. 22. 일요일

by 흩날림문고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결국 고대하던 퇴사를 했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래,

나는 ‘도망치듯’ 퇴사를 했다.


누구에게 이 탓을 돌려야 할까,

고민하던 시간도 있었다.


답이 정해져 있던 엄격한 상사?

남 이야기를 하길 좋아하던 동료?

원한이 가득한 회사?

나의 번아웃?

소설가에 대한 열망?

몸과 마음이 병들었던 마지막?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나는 안식을 찾으러 가겠다고.


벼랑 끝에 내몰리는 순간 알았다.

떠밀려 낙하하지 말자고.

내 힘으로 뛰어들자고.


결국 나는 출판사를 신고했다.

‘흩날림문고’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자 하는,

나의 정체성을 담았다.


세계의 고통에 유독 아파했던 내가,

비록 세상의 인정은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죽는 순간까지 홀씨를 날리겠다고.


내가 죽어도,

내가 전하고자 했던 나의 이야기는,

세상에 남기겠다고.


누군가는 내가 흩날린 홀씨로,

아름다운 민들레를 피우길 바라며.


그간의 모든 고통과 눈물을 지나,

이 순간에 서 있을 수 있음에,

벅차오를 만큼 감사하다.


이제는 진심을 다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정해진 미래가 없는 오늘,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충만히 행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