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에 이르렀나

26. 3. 25. 수요일

by 흩날림문고




나는 퇴사를 하고 김포로 이사를 왔다.

4월, 어쩌면 5월까지,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쓰고 싶었던 글을 마음껏 쓰며,

나에게 쉼을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간에 버팀목 대출이 문제가 생기고,

전 집주인과 언쟁이 있는 등,

각종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나는 또 무너졌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무력한 나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으켜 세웠다.


내가 정말로 많이 지쳤나 보다,

이젠 진짜 쉬어야겠다 생각하며,

별다른 기대 없이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사한 곳에 낙원이 펼쳐졌다.


예쁜 집,

혼자만의 시간,

한적한 동네,

근처의 공원,

집 근처의 도서관,

무엇보다 자유.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행복을 누려도 되나 싶을 만큼,

충만한 감사가 절로 나왔다.


생활비는 빠듯했고,

난방비 걱정에 집은 추웠으며,

작가의 꿈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졌지만,

하루하루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음에,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음에,

깊이 감사했다.


문득 전 회사에서 보직을 변경하기 전,

두렵고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던 그때,

오랜만에 출석한 교회에서,

그런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믿음의 싸움이 끝난 후에

주어지는 안식에 대하여.


전쟁터 같았던 일터에서 얻어맞고,

상처가 가득해 뻗어버린 나는,

이곳에서 지금 안식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었구나.

기쁨과 감사를 회복하는 시간.


보장된 길은 아니어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리고,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길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오늘을 살고 싶다.


오랜만에 찾아온 안식을

아낌없이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