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3. 29. 일요일
봄,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 왔다.
기어코 오고 말았다.
인생에는 수 없이 많은 겨울이
혹은 끝이 없을 것 같은 겨울이
올 때가 있다.
최근에 겪었던 나의 겨울은
직업적 소명이었다.
나는 그런 직업을 찾고 싶었다.
즐거워서 계속 생각이 나는 직업.
6시 퇴근을 바라보는 삶이 아닌,
출근이 기다려지는 그런 직업.
자아를 실현하며,
나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타인의 가치를 높이는 그런 직업.
나는 소설가라는 이루지 못할 꿈을 넘보았지만,
생계와 시선 때문에,
그간 쌓아온 나의 시간들 때문에,
회피하듯 직업을 선택했다.
그 무엇도 즐겁지 않았다.
10년을 넘게 찾아 헤맸는데도,
결국 나는 서른에 퇴사를 선택하고 말았다.
나를 참 많이도 미워했던 겨울이었다.
왜 나는 남들처럼 버티지 못할까,
왜 아직도 내 길을 찾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왜 이리도 복잡할까.
잠깐의 봄이 찾아오다가도,
정신을 차려 보면
나는 어느새 한겨울 속에 있었다.
숱한 동상과 겨울의 상흔이
무슨 소용이 있나,
자책과 후회로 뒤범벅된
살얼음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는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
처음으로 공백기를 가지며,
나는 그간 잃어버렸던,
삶의 기쁨과 감사를 되찾았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초조함과 강박을 내려놓고,
과정을 즐기기 시작하니,
그제야 눈밭에서 싹을 틔우는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은 어쩌면,
모든 걸 내려놓고,
결과를 바라는 나의 기대감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아무런 목적 없이 사랑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사람도,
이루고 싶은 꿈도,
갖고 싶은 물건도,
가고 싶은 장소도,
내려놓아야,
비로소 봄이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결과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다시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면,
겨울은 불현듯 찾아오겠지만,
그때마다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봄을 되찾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