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걸로는 부족해

26. 2. 4. 수요일

by 흩날림문고



김유비 목사님의 치유편지


어제 퇴사를 통보했다.

나는 왜 퇴사를 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주 3회 이상 해야 하는 야근,

경직된 공무원 사회,

눈치 봐야 하는 사람들,

즉흥적인 상사,

실적의 압박,

꿈꾸던 가치와 상반된 업무.


정말 이게 다일까?


사실 나는 오랜 시간 도피했다.

마음속에는 늘 다른 욕망을 품은 채.

글을 쓰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밥벌이가 안된다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도피한 곳에 낙원은 없었다.

퇴근하고 글을 쓰며,

소맷단을 겨우 붙잡았지만,

그걸로는 목을 축일 수는 없었다.

더 마시고 싶었다.

마시다 못해 몸을 적시고 싶었다.

목까지 물이 잠길 만큼 푹.


잦은 번아웃으로,

온몸이 바싹 말라 들어갈 때,

그제야 겨우 눈치챘다.

나는 바다로 가야 한다고.


목적지는 없다.

다만 밤하늘에 뜬 별 하나를 잡아보겠다.

어디를 항해하고 있던,

어디에서 표류하던.


나는 흐르고 흘러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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