ÉP.7 잠봉 무화과 타르틴

FIGUE, JAMBON & CRÈME DE NOIX

by 흩날림문고




드디어 무화과의 계절이 왔다.

나는 들뜬 마음을 애써 달래며,

쿠팡 장바구니에 무화과 두 팩을 담았다.


이 날을,

꼬박 일 년 동안 기다렸다.

오직 이맘때 쯤에만 느낄 수 있는 맛,

그것은 그리움의 맛이었다.


제주에서 먹었던 무화과는,

요거트 가게에서 팔던,

꾸덕하고 새하얀 그릭 요거트에,

듬뿍 올라간 무화과,

그리고 뜨거운 얼그레이 차 한잔의 맛이었다.


꾸덕함에 목이 메일까,

차와 마시던 요거트의 맛은,

무화과의 달큰함과 어우러져,

일요일 오전의 아쉬움을,

몽롱하게 지나치게 했다.


서울에서 때때로 그 아침이 생각났다.

왁자지껄한 토요일을 보내고,

어딘가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채 일어나,

무심히 흘러가는 일요일이 야속해,

서둘러 집을 나오면,

자연히 발은 요거트 가게로 향했다.


그 여유와,

낯설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집 같았던,

잠깐의 소풍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어울릴,

그 시간들의 잔향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때는 익숙한 일상이었기에,

보다 감사할 수 없었음이,

못내 아쉬웠다.


내게 무화과는,

아쉬움과 그리움,

청춘의 여름이 강렬히 내리쬐었던,

달달한 땀내와도 같았다.





먼저, 무화과.

이번 재료들은 모두 쿠팡에서 주문했다.

무화과는 신선함이 제일 중요한데,

높은 당도로 인해 금세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도 쿠팡에서만 시켜서,

다른 좋은 지역 플랫폼이 있다면,

그런 곳을 애용해 볼까,

고민하는 요즘이다.


이번에 처음 무화과를 직접 손질해 보았다.

무화과는 생각보다 까탈스러운 녀석이었다.

물이 들어가면 맛이 없어진다기에,

세워서 씻어드려야 하고,

꼭지와 엉덩이 부분은 잘라내고,

부서질까 조심히 다루어,

네 조각을 내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걸,

역시 신선한 제철 과일은 따라올 자가 없다.


다음, 호두 깜빠뉴.

사실 그냥 깜빠뉴나 바게트를 써도 되기야 하겠지만,

나는 레시피 저자가 소개한,

바로 그 맛을 원했기에,

이번에도 타협은 없었다.


처음엔 네이버쇼핑으로 시켰으나,

만들어 먹은 그즈음이 폭염이었던지라,

배송을 할 수 없다던,

투철한 직업정신의 사장님의 말에,

하는 수없이 쿠팡 '더브레드블루 호두 깜빠뉴'를 구매했다.


냉동 제품이고 통으로 오기 때문에,

자르는 데 좀 애를 먹었지만,

호두가 박혀 있어,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다음, 리코타치즈.

이것도 뭐,

다를 게 없이 쿠팡에서,

'상하치즈 리코타 치즈' 1개 3,780원 하는 것으로 구매했다.


그다음, 호두오일.

이건 참 고민이 많이 됐다.

정말 조금 들어가는 오일일 텐데,

굳이 사야 하나 싶었지만,

나는 요리 개발자가 아니라,

요리를 배우는 학생이므로,

학생의 본분을 다하기로 했다.

만토바 호두 오일 스프레이 5,350짜리를 골랐다.


다음, 하몽.

사실 레시피는 잠봉이었으나,

하몽으로 착각해 하몽을 사버렸다.

레시피를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이,

살짝 깨지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지!


하몽도 쿠팡에서 골랐다.

엘포조 하몽 세라노 슬라이스, 5,580원.

이번엔 짠돌이 컨셉이냐 한다면,

부정할 수가 없다.


요새 만찬이다,

타르틴이다,

돈 나갈 일이 많은데,

들어오는 곳은 하나뿐이다.

이해바람.


마지막, 호두.

돈이 없는 나에게는,

참 다행이게도,

냉동실에 먹다 남은 호두가 있었다.


냉동이라 품질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재료를 아끼는 것도,

어쩌면 요리사의 미덕이 아닐까(?)


나는 짠순이로,

알뜰살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해 먹으련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번 타르틴은,

실패했다.


보기에는 아름다웠고,

기억 속의 무화과는 달큰했으나,

단 것은 디저트로만 먹을 수 있는,

나의 편파적인 위장은,

이번 타르틴을 거부했다.


달콤한 무화과는 생각보다 많이 익어,

당도가 꿀을 짜내기 일보 직전이었고,

여기에 리코타치즈와 호두오일이 섞이니,

어쩐지 짜고 매운 것이 당겼다.


그나마 하몽의 짭조름함이 중재를 시키려다,

느끼한 싸움에 말려들었나 싶을 정도로,

짭조름함 마저도 느끼해졌다.


솔직히 속상하기는 했다.

무화과는 비싼 재료였고,

기억 속의 무화과와 제주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혀를 속이려,

한 입을 더 먹어볼까?

한 입만 더 먹으면, 한 입만...

하다,

결국엔 포기했다.


나의 남자친구라면,

아까우니 다 먹어야 한다며,

해치우려 들었겠지만,

나는 태생이 비위가 좋지 않고,

맛없는 것,

하기 싫은 것,

재미없는 것은,

대쪽같이 할 수 없는 성정이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그만두었다.


뭐,

때로는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매번 맛있을 수는 없으니까.


보노보노에서였나,

항상 좋은 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좋은 날을 인식하기 위함이라고,

별로인 날도 있어야,

좋은 날이 좋게 느껴지는 게 아니겠냐고.


애써 이런 말들로 나를 위로하며,

역시 나는 단 것보다는 짠 게 더 좋다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

그리고 참고로 나는,

홍차를 매우 좋아한다.


요새 홍차와 타르틴을 페어링 해서,

함께 먹고 마시고 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홍차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요새 마시는 홍차는,

레이디 얼그레이.


잿더미 사이로 핀,

푸르스름한 보랏빛 꽃 잎이,

너무나도 이름에 걸맞은,

향기와 맛을 안긴다.


어떤 타르틴에도,

잘 어울리는 보편적인 차가 아닐까,

라고 얼그레이에 미친 비전문가가 말해본다.


언젠가,

디즈니 동화에 나올법한,

숲 속 조그만 타르틴 가게를 열어,

날마다 다른,

오늘의 메뉴로 고른 타르틴 몇 개와,

어울리는 홍차를 페어링 해서 대접하는,

그런 일도 해보면 참 좋겠다는,

작은 꿈이 있다.


그때까지는,

열심히 먹고 마셔보자.

지금은 그저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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