Ép. 8 하몽 토마토 타르틴

PAN CON TOMATE Y JAMÓN

by 흩날림문고




최근에 무화과 타르틴을 시도했으나,

아주 처참히 실패했다.


큰맘 먹고 구매했던 비싼 재료들이,

냉장고에 처박히는 것을 방관만 하다,

도저히 짠순이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레시피 책을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찾아낸 타르틴이,

바로 이것이었다.


마침,

토마토 파르시를 만들기 위해,

속을 파내고 남은 토마토 즙이 있었고,

실수로 잠봉 대신 사놓은 하몽이 있어,

제격이다 싶었다.


여태 만들었던 타르틴 중에서는,

가장 쉽고 간단했다.

바게트에 마늘을 발라 향을 입히고,

토마토 속을 묻힌 후,

하몽을 올리기만 하면,

아, 제일 중요한 통후추를 갈아 올리기만 하면,

그게 전부인 타르틴이 완성됐다.


최고의 맛보다는,

매번 실패를 하면 급격히 의욕을 잃고 마는,

개복치와도 같이 쉬이 부서지는 마음을 가진,

나의 불안을 잠시 잠깐 달래주는,

그런 맛이었다.


실패, 그 직후에는,

그런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원하던 것을 놓치고 말았을 때,

서 있던 곳에서 떨어졌을 때,

우리는 일순간에 의욕을 잃고는 한다.

어쩌면 그게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이치이겠도 하겠지만.


그럴 때면,

굳이 애써 회복하여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아득바득 나를 갈아 넣기보다는,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중간쯤의 그 무엇으로,

바닥과 도약의 그 사이를 메우는 것도,

건강하다 싶었다.


나를 구태여 동기 부여할 필요도,

스스로에게 과한 응원을 퍼붓는 것도,

처음의 대의를 되새기고자 하는 시도도,

그저 모두 내려놓고,

이 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것.


그러다 보면 또,

생각지 못한 맛을 찾아내고,

잊었던 처음의 꿈이 떠오르고,

결국 나의 의지로 다시금 뛰어갈,

힘과 감정이 차오를 테니.





하몽 토마토 타르틴
PAN CON TOMATE Y JAMÓN


먼저, 바게트.

곤트란쉐리에 매장에서 구매해 놓고,

냉동실에 얼려 놓은,

고소한 바게트를 꺼내,

오븐에 해동시켰다.


오븐을 사두니 좋은 점은,

뭐든 얼리고 구우면,

오래된 것이라 할지라도,

본연의 맛을 되찾는다는 점이었다.


다음, 토마토 속.

위에서 언급한 대로,

토마토 파르시를 만들기 위해,

속을 파내고 남은 것을 버리려다,

너무 아까워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것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참, 요리의 세계는 모를 일이다.


다음, 하몽.

이것은 무화과 타르틴을 만들다 남았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여서,

그나마 실패에 대한 위안을 얻었다.


그래, 이러면 된 거지.

최고는 아니었어도,

최선이었으면 되었다.


마지막, 마늘.

마늘은 요리할 때 쓰던,

간 마늘을 사용했다.


많이는 아니고,

숟가락에 살짝 묻혀,

바게트에 향만 입힐 정도로만.


재료를 사지 않아도 되니,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했다.

짠순이가 매번 다른 요리를 한다는 건,

행복하다는 것을 제쳐두면,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맛있었다.

최고의 종류는 아니었으나,

충분히 맛있었고,

괜찮았던 맛이었기에,

충분히 위로받았다.


누구를 대접한다던가,

금요일 퇴근한 나를 위해 내오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는 타르틴이었으나,

간단히 저녁을 먹어야 하나,

건강하고 괜찮은 류를 먹고 싶다면,

가히 추천하고 싶을 그런 맛이었다.


가끔은,

너무나 화려한 맛들로,

혀와 기억을 어지럽히기보다는,

잠시 쉬어가는 그런 단순한 맛들이,

오히려 생각을 말끔히 지워두기도 한다.


이번엔,

이런 맛이었다고 정리하고 싶다.

과한 설명도 필요 없을 딱 이런 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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