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0. 3. 금요일 D+6
분기별 행사가 되어버린 책 여행을 떠났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늘 그랬다.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완성치 못한 채,
정체되어 버린 소설을 한 무더기 써내고 싶기도 했고.
시작부터 범상치가 않다.
추석이라 밀려 2시간이나 초과된 도착시간.
50분을 기다려야 한다길래 끝내 포기한 닭강정.
배고파 아무거나 들어간 식당은 역시나.
카페에서 글이나 쓰자 했건만,
손주들이 와 조기퇴근한다는 사장님.
교통편이 좋지 못해 숙소로 돌아와,
내리 유튜브만 보다 끝난 오늘.
이럴 거면 왜 여행을 왔나.
순간의 자괴감이 간질였다.
그러나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오늘을 아쉬움 없이 포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친절했던 기사님.
비에 젖은 산과 강.
손주들을 볼 생각에 신난 카페 사장님의 상기된 얼굴.
닭강정을 기대하는 마음.
생각보다 내스타일이었던 숙소.
비의 내음.
강을 따라 꽃을 피운 산책길.
아직도 일주일이 넘게 남은 휴일.
내일 찾아올지도 모를 눈부신 아침.
내일 펼쳐질 일들로 설레는 오늘.
오늘의 감사는 많았고,
내일의 희망은 만연했다.
방황하던 여행의 순간,
실수로 캡처해 버린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푸른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