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내게 담겼다면,

25. 10. 4. 토요일 D+7

by 흩날림문고




오늘은 감사로 넘쳐나는 하루였다.


버스 시간을 알아보러 갔다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놓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왔다.


대뜸 공주님이라 부르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포즈를 취하라 했다.


낯선 이는 경계해야 한다던,

오랜 시간 몸에 베여 있던 본능이,

낯선 여행지라 숨어버린 걸까?


나는 사진을 찍었고,

해맑게 웃던 아저씨는 자신도 찍어달라며,

내게 폰을 건넸다.


웃으며 돌아오다,

오늘 웃음 하나를 건졌구나,

또 웃었다.




어제 먹지 못했던 닭강정을 사러,

시장에 갔다.


아침 일찍 갔음에도,

50분이나 기다리라는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근처 빼곡한 건물 사이 몸을 숨긴,

소심한 카페 하나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달지 않아 좋았던 자몽티.

배고픈 위를 따뜻이 만져준다.


그림을 그리며 기다리는데,

창 밖으로 보슬비가 내린다.


이토록 시간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적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돌아온 숙소 옥상에 올라갔다.

산들거리는 바람.

아름다운 경치.

막걸리 한 모금에 닭강정 한 입.


신선이 된 것만 같다.

어쩌면 여기 있는 동안,

그간 밀린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기 아까웠다.

비싼 택시를 타고 산에 올라가야 하나,

고민이 되던 찰나,

이 순간을 다시 놓치기 싫었다.

책과 가방을 들고 나왔다.


후회할 뻔했다.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했을 풍경.

세상에는 아름다운 곳이 이렇게나 많나.


자연에는 늘 감사가 있다.

그곳엔 감사가 도처에 피어있다.

그래서 내가 자연을 좋아하나.

잃어버린 것이 유독 그곳에선 눈에 띄니.




나는 오랜 시간 인간이 괴로웠다.

나와는 너무도 다른 그들이 무서웠다.

그들을 대하는 것은 고통을 주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랬다.

버겁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

그 수많은 기회를 놓쳐왔던 걸까?


그들을 생각했다.

내가 흡수할 수 있었던 그들의 세계를 떠올렸다.


아쉬웠다.

내 세계에 그들이 담겼다면,

나는 얼마나 광대한 초원을 달릴 수 있었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경계를 무너뜨려야겠다.

내가 그들의 세계에 닿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