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기에는 버거웠고, 싫어하기에는 이해했다

25. 10. 5. 일요일 D+8

by 흩날림문고




편의점에 들렀다,

우연히 만난 세 마리의 고양이들.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들을,

멀리 떠나갈수록 자주 보게 된다.

평온한 그들의 자태 또한.




사실 오늘은 꽤나 우울했다.


아침 일찍 절을 방문하려 떠났으나,

추석 전날이라 차가 막히는 바람에,

버스가 오지 않았다.


버스를 취소하고,

근처 관광지를 갔으나,

사람이 바글거려 도망쳤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내리 ‘이루어질지니’를 보다,

낮잠을 잤다.


원하는 여행도, 낮잠도 아니었다.

교통이 좋지 않아 발이 묶여,

떠밀리다시피 망쳐버린 하루였다.


그러다 이곳에 오게 됐다.


미소가 아름다운 카페 사장님.

나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들.

달콤한 밤라떼와 휘낭시에.

따뜻한 조명.


사장님의 아버지가 대뜸 다가와,

식물에 찔릴까 화분을 돌려주신다.


그들의 마음을 먹고,

티끌의 걱정도 없이 책을 양껏 소화했다.




카페에서 발견한 질문지.

여러 질문 중에 요샌 유독 이런 것들이 걸린다.


우울에 잠식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내가 기특하다.

오늘이 되었든, 인생이 되었든.



아직도 가야할 길, M. 스캇 펙

나는 인생에서,

수많은 사람을 혐오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누구도 혐오하지 않았다.


나의 고질병.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를 버거워했다.

미치도록 도망치고자 했다.


그러나 또다시,

그를 이해했다.

나를 괴롭힌 상사도 이해했고,

내게 우울증을 가져온 이들도 이해했고,

나를 이용하려는 이도 이해가 갔다.


몇 동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토록 싫어했으면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할 수 있나.

그들의 얼굴에서 비난이 보였다.


나도 궁금했다.

나는 왜 싫은 것을 티 내지 못하는지.

왜 뼈에 새기지 못하는지.


좋아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웠고,

싫어하기에는 인생의 고통을 이해했다.


나에게도 괴물인 시절이 있었음을,

나도 거저 얻었을 뿐인 새로운 삶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저 사회생활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사랑하기 위한 치열한 발버둥을,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나는 그 누구의 편도 되지 않겠다.

그렇게 모두의 편이 되고 싶다.





오늘이 일요일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멀리 떠나왔지만,

그는 어디에나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었던 하루가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