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나를 해석하다

25. 10. 7. 화요일 D+9

by 흩날림문고




부모님과 안동에서 만나,

정신없이 여행한 어제와 오늘.


어쩜 그는 이리도 무심한지,

홀로 여행을 떠난 시점부터 오늘까지,

내리 비가 내렸다.


점심에 간 식당은,

관광지의 민낯을 드러냈고,

추석연휴에 몰린 사람들로,

하회마을에 공연을 보러 갔다 허탕을 쳤으며,

설상가상에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아,

걷는 것조차 버거웠다.


도대체 이번 여행이 주는 의미가 뭘까,

부모님의 실망이,

내내 나의 먹구름이 되었다.




아무리 감사를 캐내려,

흙을 파 내려가도,

나오는 건 돌멩이뿐이었다.


그렇게 다 포기했다.

이번 여행은 망했구나.

이제는 일이 바빠져 여행을 갈 수도 없는데,

마지막 여행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서러웠다.


비를 피해 숙소에서 쉬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왔다.

자포자기였다.


별생각 없이 저녁을 때우려,

아귀찜 가게를 들어갔고,

나의 여행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난생처음 보는 고운 앞치마에,

엄마와 호들갑을 떨었고,

심심하나 담백했던 아귀찜 덕에,

속이 편안한 식사를 했던 것은 덤이었다.


도산서원 야간개장으로 향하던 길,

굽이 굽이 어둠과 두려움을 뚫고,

등불이 놓인 산길을 마주했을 때,

나는 안도했다.


망쳐버린 줄 알았던 여행은,

서원을 밝힌 등불이 비추는 새로운 길로 몸을 틀었다.


상기된 부모님의 셔터 소리에,

나도 덩달아 흥이 올랐다.





여행이라는 게,

어쩌면 인생을 맛보는,

시식코너가 아닐까.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궂은 날씨도, 문을 닫은 식당도, 붐비는 사람도.


그러나 끝은 아니다.

비는 그치고, 식당은 다시 문을 열고, 사람은 흩어진다.

기다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차를 타고 오는 길,

내게 이번 여행은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아쉬움.

인내의 밑바닥.

쉼에 대한 집착.

절정에 대한 그리움.

도시재생에 대한 욕망.


복잡한 감정에 허우적거리는 나를,

그만 건져줘야겠다.


기다리면,

또 다른 내가 지나쳐 온 나를,

해석해주리라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