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0. 10. 금요일 D+11
나는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었다.
현실보다는 이상.
돈보다는 가치.
남들과 똑같은 삶보다는 꿈꾸는 삶.
연휴 내내 나는 웃다가도 이내 표정을 지웠다.
흥이 나지 않았다.
감사를 수집해도,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엔 웃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던,
죽은 시인들의 사회를 보았다.
목이 메었다.
어느새 돈에 메여 버린 삶.
내게 짐을 지운 시선들로부터,
감히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삶.
나는 마침내 어른이 된 것일까,
그저 도피하는 것일까.
엄마와 싸웠다.
헐떡임을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처럼 울고야 말았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그럴싸해 보이는 핑계를 걷어내고,
본질을 집어 들었다.
돈. 현실.
나는 비로소 보이게 된 것들이 무서워졌다.
어쩌면 소설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체념과,
평생 노동자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운명 또한.
공모전에 내야 할 120장 중,
2년간 사력을 다했던 60장이 전부인 내 소설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더 써낸다는 것이,
잘라버릴 쓰레기를 쓰는 듯 무용했다.
평생 소설을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기시감은,
재능의 한계에 대한 인정일까,
현실을 이만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의 순간인가,
그저 순간의 혼돈일 뿐일까.
하고 싶은 게 많아 괴로웠다.
시선을 맞설 용기조차 없었다.
그런 주제에 박탈된 자유를 새겼다.
엄마와 싸우고 화해하고,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
버거운 딸을 참아내는 엄마의 발이 보였다.
13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온 친구들.
우리는 달라졌다.
어느새 대화는 돈, 결혼, 회사가 주를 이루었다.
여전히 나의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내 곁에,
오래도록 남은 친구들이 있었다.
삶의 고통과 지친 일상을 빠짐없이 밟아내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내는,
서로가 있었다.
비가 우수수 쏟아지는 밤.
그들과 밤이 늦도록 이야기할 수 있음이,
그냥 이 순간이 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