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25. 10. 12. 일요일 D+12

by 흩날림문고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


“그치만 할 거야. 난 좋은 선택을 할 거야.

나쁘게 태어났어도 그럴 수 있어.

우리 어차피 죽을 거면 재미있게 죽자. “


논란이 많은 드라마라지만,

내게는 아주 명확했다.

김은숙 작가님이 하고자 했던 말.

내가 인생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


그러나 나는 명절의 마지막 자락,

아빠와 싸우고 말았다.


사소한 일이었다.

차로 집에 데려준다는 아빠의 말에,

나는 집에 가서 바로 잘 요량으로,

씻고 잠옷을 입은 채였고,

아빠는 남들에게 예의가 아니니,

옷을 갈아입으라며 화를 냈다.


순간 모든 게 터졌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나를 통제하려는 아빠.

더워하는 나의 상태보다 체면이 중요한 아빠.

여행 내내 불평이었던 아빠.

풀리지 않은 여행.

나는 부모님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라는 좌절.

내가 고통받았으면 좋겠다는 회사 직원.

모아도 끝이 없는 돈. 돈. 돈.

아득한 미래.

풀리지 않는 소설.

작가가 되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

잃어버린 목표와 우울감.


나는 사랑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료도,

하물며 부모님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선택”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밥이 넘어가지 않아,

저녁을 굶었다.




남자친구는 나를 위로했다.

평생 그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말.

나를 책임진다는 결의.

나는 울고 말았다.


다음날 그를 만났다.

전날 아무것도 먹지 못해 속이 쓰렸다.

그래도 그가 보고 싶었다.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데,

행복이 새겨진 돌덩이가 보였다.


그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그건 순전한 나의 복이었다.


여리디 여린,

상처 많은 나를 기꺼이 돌보고자 하는 그를 만난 건,

예민하고 여린 마음을 허락하였음을,

안타까워한 신의 축복이었다.




“나를 왜 그곳에 보냈나요”


나의 뜻이 아니었고,

도망가려다 붙잡힌 순종이었다.

그래서 원망했다.


억지로 예배당에 앉힌 몸이,

도망가길 원했다.

기운이 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주님이 계십니다.

그러니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솔직히 이해는 되지 않았다.

어떻게 도우실지,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나는 무얼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이 녹아내렸다.

내내 담대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 무엇도 내게 상처가 되어 꽂히지 않기를.

지치지 않기를.

비방에서 나를 지키시기를.


작은 힘이 또다시 심겼다.

아마 하루를 살아갈 만큼의 분량일 것이지만.

내일 다시 또 힘을 찾자.

그러면 된다.

그렇게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