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세상에 저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왜 우리 아파트는 없을까?”
예전, 아내와 차를 타고 갈 때 아내는 창밖을 보며 자주 했던 말이다. 이 말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실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도)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나만 없는 거지?’란 말에 가깝고, 좀 더 직설적으로 들어가자면,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데, 나만 못 살고 있구나!’란
비교심리가 만든 자조(自嘲)에 가까웠다.
다행히도 이 넋두리는 작은 아파트나마 우리 집을 사게 되면서부터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이런 마음은 또 다른 것으로 옮겨간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모두 화장실 두 개 있는 아파트에서 산다’ 던가, ‘이만한 크기의 TV나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는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아내만의 이야기일까? 실은 나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게 사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잘 안 보게 된다. 그것이 오롯이 진실일 리 없음을 알면서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다들 이렇게 잘 살고 있구나....그런데 나는...’ 같은 감정이 들곤 한다.
그뿐일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어 속을 끓이며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멀쩡하게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주변을 오가고 있음을 본다. 그럴 때 ‘나만 빼곤 다 잘 문제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씁쓸할 때가 있다.
아마도 누군가만의 특정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 시대에는 SNS, TV, 유튜브 등등....다양한 주변 환경이 이런 마음을 자꾸 부추긴다. 어쩌면 인간의 천성일 수도 있고....
내 마음이 행복할 때야 그렇지 않겠지만, 어느 순간 견디기 힘든 불행이나 우울함이 찾아들면, 곧잘 우리의 마음은 ‘I’m not OK, but You look OK!(나는 괜찮지 않은데 당신은 좋아 보이네!)‘의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비교심리는 대체로 ’왜 나만?‘이라는 억울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이런 것들이 곪으면 때로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이어진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건, 타인이나 사회를 향한 것이건 말이다.
아마도 어쩌다 뉴스를 통해 만나게 되는 ’묻지마 범죄‘ 같은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심리가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부분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스토리가 있지 않은가? 바로 ’물속에서 죽어라고 갈퀴발을 휘젓고 있는, 남들 보기에만 우아한 백조‘ 이야기다.
컨설팅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고객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마련인데, 사회적으로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결핍, 혹은 불만을 안고 살아감을 본다. 여기엔 거의 예외가 없다. 재벌가의 사람들도 자살을 하고, 세상의 사랑을 온통 독차지 한 것 같던 스타도 자살을 한다.
삶은 어쩌면 다수의 고단한 일상을 견디는 것이고, 그 속에서 가끔 다가오는 즐겁고 귀한 순간을 잘 만끽하는 것의 조합인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I’m not OK, but You look OK!(나는 괜찮지 않은데 너는 좋아 보이네)‘의 심리에는 자신의 불행을 ’자신만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확대해석이, 자신에게 다가온 즐거움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불행을 양산하는 마인드‘가 함께 존재한다.
그러니 불행한 마음이 들 때는 한 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저 밝게 웃는 사람도 실은 나만큼 힘들게 살 텐데 저렇게 밝게 웃는구나. 힘들지만 나도 한 번 웃어보자.‘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이게 더 합리적인 접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