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서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기업의 한 임원분과 퇴직에 즈음한 상담을 진행하다 들었던 이야기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신랄하게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어? 그래....코로나....이건 언젠가는 극복되거나 최소한 함께 생활할 만큼의 일상이 될 텐데...그럼 그 다음엔 뭐지? 지금 내가 그 시간을 위해 뭘 준비하고 있는 거지?’
생각해보니 다가온 변화에 버티기만 하고 있었다.
이 시기가 표준이 되어서 계속적으로 흘러가리라곤 믿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를 얘기한다. 세상은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는...거시적인 담론들이 넘쳐 난다. 그런 것들을 즐겨보기도 했고...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후의 삶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코로나 국면은 올 한 해도 별 차이가 없이 진행될 것 같다. 그토록 소원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하락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오늘부터 간신히 서울 2단계, 지방 1.5단계라는데 아직은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가 없다. 걱정만 되는 것도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올해 연말까지도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시간 속을 그냥 버티며 견디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잘 산다는 것은 결국 현재에 집중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꿈 한 조각쯤은 키워가는 것이다. 인간은 미래라는 시제를 현재로 끌어오지 못하면 삶에 의욕이 떨어지는 존재다. 적어도 나란 사람은 그렇다. 그럼 무얼 하면 좋을까?
약간은 갑작스러운 고민에 빠져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얻은, 어쩌면 단촐한 나를 위한 결론들.
1. 그동안 바닥까지 박박 긁으며 다 써먹은 지식자원을 다시 채워 넣기 위해 책과 영상을 통해 공부하기.
생각해보면 지금만큼 책을 읽기 좋은 시기가 없다. 밖에도 잘 못 나가는데 안에서 할 일이라곤 TV 시청시간이나 늘리는 것뿐이다. 그게 책이든 영상이든 하고자 들면 좋은 콘텐츠는 넘친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다시 마음먹고 공부하자는 다짐과 시간 내기 정도? 물론 밖에 못 나간다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언제건 널널한 적이 있었던가...
2. 바쁘다는 이유로 역시나 소홀했던 글쓰기 활동을 늘이는 것.
글을 쓴다는 행위는 내 전문분야의 책 쓰기와 블로그 등을 활용해 온라인 점유율을 확장하는 행위에 맞닿아 있다. 영상의 시대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유효하고 나는 영상보다 간접적 메시지인 글이 더 좋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 삶의 부캐로 작가라는 이름을 만들고 싶다.
지금 쓰는 글 이외에도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알게 된 요즘이기도 하다.
3. 몸 상태 끌어 올리기.
어쩌자고 체중이 2kg이나 최근에 늘었다. 안그래도 과체중인 아저씨가...
살아보니 몸이란 자원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걸 배운다. 이제는 사소한 동작에도 몸이 아플 때도 있고, 바닥난 체력이 의욕을 잡아먹는 느낌을 확연히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래서는 멀리 갈 수 없다. 가장 만만한 스트레칭과 걷기부터 다시 시작 중이다.
어려운 일들도 아닌데 이런 방향성을 잡아놓고도 선뜻 시원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보니 ‘너, 꾸준히는 할 자신 있니?’라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이미 다수의 실행에 실패한 경험이 나쁜 방향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그래서 다독여본다. 우선은 ‘오늘 하루’만 해보자고.
내일이 되면 또 ‘오늘 하루’...그렇게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는 과정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아마도 또 자주 엎어지겠지만, 그순간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단 몇 걸음’이라도 점점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더 다가가 있지 않을까? 아니, 코로나가 끝났을 때 ‘그동안 너 뭐 하고 있었니?’라는 자책만 하지 않을 수 있어도 마음이 좀 더 편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