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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으로서 본 면접제도의 아쉬움

직업의 이면

면접관으로서 본 면접제도의 아쉬움     


3년쯤 전부터 조금씩 면접관으로 참여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 바빠 자주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직원은 어떻게든 뽑아야 하는 상황이라 코로나 시대에도 채용은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면접관 활동을 하면서 드는 아쉬움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최근 면접관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만, 반대로 면접을 보셔야 하는 상황에 계신 분들이라도 ‘이런 부분도 있구나’ 하는 점을 참고해 두시면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첫 번째, 가장 큰 아쉬움은 뭐니뭐니해도 ‘시간의 부족’입니다. 

면접이란 것이 충분한 여유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의외로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단체 면접이라도 대개 15~20분 전후로 면접을 끝내야 합니다. 문제는 공기업의 경우 사전 정보 누출을 차단해야 하는 입장이라 정작 면접관은 현장에 도착해서야 지원서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넉넉한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보부족의 상태로 면접장에 들어갑니다. 

거기다 몇 명의 면접관들이 1~2개 정도의 질문만 던져도 시간은 거의 채워집니다. 뭔가 좀 더 분별력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도 그렇게 되면 질문을 독점하게 되는 형국이라 그럴 수 없습니다. 

이래서는 정말 별 방법이 없습니다. 자료를 좀 더 볼 수 있다면 꾸준히 노력해 온 것 같은 사람이, 자료가 분별력이 없다면 결국 인상이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말을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한 사람이 뽑히게 됩니다. 이래서야 애써 노하우를 배워온 면접관이나 나름의 준비를 해 온 면접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기회는 잡기 어렵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물론 면접을 진행하는 회사나 기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너무 많은 시간과 인력을 빼앗기는 작업인데...마냥 시간을 늘리기는 힘들겠지요. 그러나 한번 잘못 뽑으면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는 채용과정에서 그 정도의 시간 투자를 아까워 하는 것은 장기적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스런 접근이 아닐지 우려됩니다.


개인의 취향만이 난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면접시스템 아닐까요?

     

두 번째는 고직급자의 과도한 입김이 들어갈 때입니다. 

공기업은 외부면접관을 50% 이상 활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내부면접관이, 그것도 꽤 높으신 직위의 내부면접관이 “나는 이 친구가 마음에 드네.”, 혹은 “이 친구는 안 될 것 같은데~” 어쩌고 하는 순간 사실상 게임은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채용을 위해 면접관끼리 조율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외부면접관 입장에서도 그럴 때 반대의견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작 함께 일할 사람은 그쪽이니까요. 하긴 이건 공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겠네요. 민간기업의 입장은 오히려 더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면접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이런 요소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런 전제조건이 채워지지 않을 때 면접은 합리를 가장한 개인의 직관에 기댄 과정, 혹은 고직급자 개인의 취향만이 지배하는 과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가지는 다행입니다. 최근의 면접을 보면 예전처럼 무식한 질문이나 과도한 권위주의는 확연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나아진 것이고 그 속에는 나름의 노력을 해온 분들의 고심들이 있었겠지요. 

그런 점에서 위의 문제들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해봅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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