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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일자리 하나가 사라졌다

일의 미래

일의 미래_그렇게 또 일자리 하나가 사라졌다          


1. 공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자주 가던 공원 주차장, 역할은 미미한 것일지라도 부스에는 나이 든 여성분이 한 분 계셨었고, 그렇게 사람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늘 한 사람분의 일을 만들어낸 곳이었는데...

부스가 헐리고 있었다.     


공원에서 요금정산소를 없애고 무인수납기로 대체 중인 모습


2. 새로운 것(?)이 들어왔다.

그냥 카드만 꽂으면 해결이 되는 기계가 그 일자리를 대체했다. 일하던 분은 어디로 갔을까?

그다지 수익이 나지는 않을 주차장이지만 어차피 노인 일자리로 활용되던 곳으로 보였는데 그마저도 사라졌다. 그 돈을 아껴서 실직자들을 위한 용도로 쓸 건가?     


요금정산부스에 대한 기억도, 그 안에서 일을 하던 사람에 대한 기억도 곧 사라질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3. 예상은 할 수 있었다.

돈만 받는 사실상 단일직무로 이뤄진 저 일은
기계가 표적으로 삼기에 너무 최적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말 한마디 나눌 일도 없고....어쩌면 관리자는 기계를 써서 말이 나오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어떤 이유로든 일하는 사람의 관리는 힘들다. 기계에 비해 훨씬 섬세한 관심이 요구된다. 기계야 고장만 안 나면 신경 쓸 일이 없다. 고장이 나도 그건 관련업체에서 와서 고쳐주니 이래저래 쉽다. 문제는 관리는 쉬워지는데 그 관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조금 불편해도 공공영역마저 이러면 사람의 일자리는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아주 오래전부터 조금씩 업무잠식은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나만 아니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4. ‘업무잠식task encroachment’이라고 한다.

기계가 꾸준하게 인간의 일에서 조금씩 개별 업무를 잠식해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의 일자리는 갑자기 통째로 날아가지 않는다.
기계의 공습 역시 개별 직무에 따라 조금씩 사람의 영역을 대체할 뿐이다.


당장은 인간의 역할이 우선할 것이지만, 문제는 큰 흐름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와 관련된 혁신적 사고전환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기본소득이 될지, 주 4일제가 될지, 혹은 로봇세가 될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런 것들로 이 흐름을 보완하기 전에 ‘일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어려움을 먼저 겪으리라는 사실이다.

이런 흐름이 다양한 부작용을 수반하는 것은 필연이고, 더 무서운 것은 정책은 총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개인은 각자의 현실로 이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A라는 생산직이 일자리를 잃어도, 국가는 B라는 IT 취업자로 이를 대체할 수 있으면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A의 일자리와 삶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 내가 늘 고민인 것은...

국가적 대응은 대체로 수많은 부작용 후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사이 일과 관련된 피해는 고스란히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개인들의 몫으로 남는다. 내가 ‘미리미리 개별 대응’을 얘기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합의된 제도개혁’은 제대로 작용해 세상을 바꾸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개인은 우선 각자 위험에 대비하며 전체로는 제도적 개혁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나와는 별 관련이 없다 생각하며, 때론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누가 이런 문제에서 비껴갈 수 있을까?     

아직은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이 길이 좋다


어...그런데... 햇볕 좋은 날, 공원에서 왜 나는 이런 생각이나 하는 걸까? 직업병이 또 도진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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