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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그걸로 행복할 수 있을까

직업의 이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그걸로 행복할 수 있을까?          


1.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놀랍게도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단면화, 일방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신데렐라는 결국 왕자와 결혼해 이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단순하고 명쾌한 결말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일종의 ‘Happily ever after syndrome(그 이후로 쭉 행복하게 증후군)’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든 상황’은 곳곳에서 만난다. 예를 들어 모든 프로젝트가 ‘좋아하는 행위’로만 구성될 리도 없고, 너무 일을 많이 한다거나, 혹은 너무 일이 없는 경우 그 삶이 아름답기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2. 그럼에도 나는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논조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일면의 진실은 있겠지만, 이별이 무서워 연애하지 말란 얘기고, 화장실 가는 것이 힘들면 먹지 말란 얘기와 비슷하다. 나는 내 일(전직지원과 생애설계 분야 교육과 상담, 글쓰기)을 좋아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으니 늘 상당한 과부하를 지고 산다. 그런데 이 일이 내가 싫어하는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만 17년이란 시간을 버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1년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좋아하니까 버텼다. 그러니까 쉬는 날에도 이런 글을 적고 있겠지.          


3. 좋아하는 직업으로 삼았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속도 조절’이다. 기업경영식으로 말하자면 ‘지속 가능성’이라고 할까?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좋아하는 일이 제대로 따라와 주고, 성장이 느껴질 때 일은 신이 난다. 

체력적인 에너지가 받쳐주면 한동안은 ‘한없이’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탱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으면 자칫 ‘번아웃(burn out)’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도 겪었고, 주변에서도 종종 본다. 

지치지 않는 인간은 없다. 몰입해야 할 때도 있고(물론 이때 그 사람은 빛이 나더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할 때도 있다.           



4. 가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참으면서 이걸로 평생을 먹고 살았다.’  

내 추측은 이렇다. 어떤 직업이든 ‘너무 잘 맞는 것 ----- 너무 안 맞는 것’의 양극단 사이를 오갈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을 했는데 그 일로 먹고 사는 문제를 오랫동안 해결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맞는 쪽’의 어느 지점에 있는 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직업에 대해 스스로는 적합성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무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하는 것 같다. 그 일이 정말 맞지 않았더라면 어떤 이유를 붙이든 당신은 이미 그 일을 떠났을 것이다.             


5.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에 대한 확신은 그리 쉽게, 혹은 명확하게 오지 않는다. 

이럴 때 나는 ‘51%론(論)’을 이야기하곤 한다. 절반 이상만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 일단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일은 실무를 통하지 않으면 정확한 적합여부의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대체로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이 오롯이 자신을 내던질 만한 일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결국 내게 맞는 직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최소한 절반 이상의 확신으로 출발해 나머지를 충실하게 만들어가는 작업인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내게 맞는 직업도 저절로 그냥 오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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