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유튜브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됐다.
시작한 이유는 좀 단순하고도 순진했다. 남의 유튜브에 출연을 해보니 조회수가 생각지도 않게 너무 많이 나오길래 '나 괜찮은가?'라고 착각을 했고(실은 출연했던 채널의 위력과 나름대로 신선함에서 오는 수혜였을 것이다), “중장년의 직업이나 노후설계에 대한 좋은 정보만 올리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겠지”라고 믿었다. 세상은 좋은 콘텐츠를 존중한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나는 두 가지를 놓쳤다.
첫 번째는 내가 정말로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할 능력이 있는가라는 부분을 너무 쉽게 봤고(오만이었다), 또 하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괴물을
너무 얕봤던 것 같다.
1년을 운영해 보니 알겠다. 유튜브가 자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이 자극적인 것에 쉽게 끌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잔잔한 하루의 깨달음’보다, ‘이거 모르면 당신 인생 망합니다!’가 클릭이 잘 되고,
‘차분한 인생 조언’보다 ‘당장 이렇게 안 하면 큰일 납니다!’가 조회수가 높다.
하기야 심지어 내 얼굴이 있는 어떤 유명 채널의 썸네일에선 '이거 안 되면 지옥입니다' 같은 것도 있으니 나도 일조한 셈일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콘텐츠 제작자는 두 갈래 길에 선다.
하나는 “에라 모르겠다, 나도 같이 소리 지르자!”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둘의 사이 어디쯤엔가 있다.
조회수를 높여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고, 내 자료도 정리하고, 일종의 온라인 브랜딩 차원에서 유튜브를 병행한다는 단순한 전략이었는데도 어느새 조회수가 형편없이 낮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썸네일에 제목으로 사~알짝 낚시도 해보고, '~하면 안돼요' 같은 내 딴에는 살짝 자극적인 단어를 괜히 만지작거려 보기도 했다. 그런데 조회수도 중구난방이고(사실 잘 나온 것들도 있는데, 잘 나올지 몰랐던 것들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조종당하는 느낌, 혹은 세상과 타협하는 노력을 좀 더 해보라는 독려를 당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더 짜증나는 것은 '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도
썩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시장이다.
조용히 좋은 물건을 설명하는 가게보다 확성기 들고 “대박 세일!”을 외치는 가게에 사람이 몰린다.
그러니 플랫폼이 자극적으로 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다.
문제는 그 흐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점점 흐려진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세상을 뒤집을 지혜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다만 중장년의 삶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고, 조금은 다양한 경험을 20년간 커리어 컨설팅을 통해 경험해 온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그리고 솔직히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내가 카메라 앞에서 괜히 과장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어? 이거 지금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인가?”
1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건 유튜브 기술도, 편집 요령도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이었다.
조회수가 잘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조회수가 안 나오면 슬쩍 기운이 빠지는 단순한 감정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내 실체를 다시 한번 보게 됐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를 계속 붙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유튜버 1년 차의 가장 어려운 숙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세상은 더 자극적인 쪽으로 갈 것이다. 알고리즘은 더 빠르고, 더 세고, 더 극적인 이야기를 원할 것이다. 그속에서 시청자들도 조금쯤은 극단적이 되고, 또 누군가는 빠르게 지루해할 것이다.
그 흐름이야 내가 어찌 거스르겠는가.
그래도 나는 가능한 한 호들갑 떨지 않고, 가능한 한 솔직한 목소리로, 누군가의 삶에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조회수가 폭발하지 않아도 괜찮다.(사실 이럴 가능성이 별로 없는 채널이기도 하다...흠 너무 자신을 잘 안다고 해야 할까?..ㅎㅎ...) 구독자가 천천히 늘어도 괜찮다.
그저 바라는 것은 적어도 화면 속의 내가 현실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걸로 충분히 의미 있는 2년 차가 되지 않을까.
유튜브가 자극의 용광로가 되어도 그 가운데에서 소소하게 내 자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소리 지르지 않아도 들릴 이야기를, 조용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채널을 말이다.
얼마나 오래 할지 모르지만, 끝내 반응이 부족한 채널로 남을지라도...
꾸준하게 목소리를 지켜온 내 채널이 스스로에게 뿌듯한 자랑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아... 중장년의 재취업이나 인생설계에 관심있는 분들은 놀러오시길...
채널의 이름은 '사람과 직업연구소'입니다. 댓글 통한 질문과 소통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