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잠수하다
여성의 사회생활과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갑질 문화, 남녀차별의 오랜 관행 등에 더해 심리적인 부분까지 일부 녹여낸 책이다.
사실 여성의 입장이라면 대단히 열렬할 것 같고, 남성의 입장, 특히 연령대가 좀 된 40대 중반 이후라면 꽤 당혹스러울 법한 이야기들도 일부 담고 있다.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남녀에 대한 차별적 문화를 일상으로 배우며 살아온 이들에겐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또 한편 마음 깊숙한 곳에선 ‘이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나?’라는 부분도 조금씩은 보이는 것 같다. 아마 내가 아저씨인 탓일지도...
글은 쉽고 분명하다. 잘 읽히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과도 잘 어울린다. 군데군데 표현력들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하지만 역시나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적인 미덕도 함께 한다. 쉽고 가볍다는 느낌? 어쩌면 내가 책의 깊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일까?
특별히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관해서는 다섯 가지 정도의 짧은 자신의 경험담에 기반한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는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시켜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대가 사용한 부적절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되돌려주는 것이고, 네 번째는 무성의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유머러스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자기개발서 보다는 여성적 정서의 바탕에 기반한 가벼운 수필 쪽에 가깝다. 논조와 글 솜씨, 의도는 동의할 수 있으나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적 해법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야말로 젊은 여성을 위한 책이다.
-김진호 교수의 책 <모멸감>을 보면, 자신의 결핍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취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모멸하는 것이라고 한다. 위계를 만들어 누군가를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p.20)
-무언가 잘 안 될 때 자기경멸만큼 쉬운 해법도 없다(p.59)
-나는 체중을 재듯 주기적으로 내 마음의 상태를 지켜본다. 상태가 나쁠 때 단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자꾸 화가 나고, 별것 아닌 일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증상이 보이면 일을 좀 줄이면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한다(p.81)
-우리는 저마다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 같아서 누군가 나를 읽어나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대충 읽고선 다 아는 양 함부로 말하지 않기를, 다른 책 사이에서 나만의 유일한 가치를 발견해주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정작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지?(중략)
우리는 누가 나를 (어떤 식으로 정의해) ‘처리’해버리면 화를 낼 거면서 남들은 쉽게 ‘처리’해버린다(p.110~111)
-나에게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자유가 있듯이, 거절당한 상대가 나에게 실망할 자유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그 모든 사람에게 휘둘리게 된다(p.144)
-핵심적인 것은 ‘일일이 상처받지 않는다’와 ‘상대방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다’ 이 두 가지다.(p.174)
-"옆에 있으면 울게 되는 사람 말고 웃게 되는 사람을 만나.”(p.203, 작가의 말)
-"남편에게 아침밥 잘 차려주시나요?”같은 질문을 받으면,(중략) “저는 가정부 되려고 결혼한 건 아니어서요. 그리고 남편도 딱히 아침밥 때문에 저와 결혼한 건 아닐 거예요.”(p.207)
-인류는 약자가 강장에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함으로써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부당함을 더는 참지 않기로 하는 것,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것이라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세상의 진보는 지금까지 그렇게 이루어져 왔다(p.222)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내가 자꾸 되뇌는 것은 이것이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가치 없는 곳에 쓰지 말 것,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