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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著

책 속으로 잠수하다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著          


책을 말하다>

‘시로 납치하다’는 ‘류시화’라는 이름만으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조차 시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브랜드 파워가 그의 이름에는 있다.


놀랍게도 내 집 소박한 책장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책이 류시화의 책이었다.      

시인으로서의 능력 못지않게 좋은 시들을 엮어 내는 그의 능력은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에서 이미 증명이 된 셈이다. 당연히 이 책에 대한 내 기대치도 높았다.     


그런데 이 책은 기존에 그가 엮었던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 그가 인용한 각각의 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책이라는 것이다.  묘한 일이다. 더 정성들여 생각을 엮어내고 썼을 텐데...흥미 있는 시인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왜 전체적인 감흥은 전작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일까?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했을 때 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내 의견과 똑같아 살짝 놀랐다.

“해설을 너무 상세히 한 것이 시의 미덕(혹은 시 읽기의 미덕)을 죽여 놓은 것 같아 아쉽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해설이 시를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폭을 줄여놓음으로써 시의 미덕인 여백과 해석이 사라졌다는 기분이 나 역시 들었다.


책의 말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시는 시인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쓰고, 독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는 문학이다’ 어쩌면 시인도 이런 부분을 우려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마음에 남다>


- 더 푸른 풀_에린 핸슨(p.32~33)


건너편 풀이 더 푸른 이유가

그곳에 늘 비가 오기 때문이라면,     


언제나 나눠 주는 사람이

사실은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눈물 젖은 베개를 가지고 있고     


당신이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

사실은 두려움으로 마비된 사람이라면,     


세상은 외로운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함께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은 진정한 안식처가 없으면서도

당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들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이는 것은

그들이 그 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라면,     


다만 기억하라. 건너편에서는

당신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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