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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컨설팅의 다른 한 축, 고객

지극히 개인적인 뷰포인트

커리어 컨설팅의 다른 한 축, 고객     


커리어 컨설턴트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지가 벌써 13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컨설팅을 진행했던 분들의 숫자를 보면, 대면으로 얼굴을 맞대고 진행한 케이스만 2,300여 건이 되는 것 같다.

케이스 별로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수십 시간을 들이기도 하는데, 초창기에는 연간 2~3백 건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연간 50~100건 사이로 진행을 한다. 아마 그렇지 않았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커리어 컨설팅을 하다 보면 고객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낄 때가 많다. 사실 누군가에 대한 컨설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데는 컨설턴트의 역량 문제도 분명히 있겠으나 ‘고객과의 합이 맞느냐?’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어차피 구직이나 진로, 혹은 생애설계의 과정이 참여자와 컨설턴트의 2인 3각 경주라면 혼자서 잘 해봐야 좋은 결과는 나오기 힘들다.     


고객을 떠올리면 온갖 기억들이 교차한다.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회사 이름도 ‘사람과 직업연구소’라고 지었을까. 단순히 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정말 사람이 좋다.

그런데 그런 내가 아주 종종 사람에 지친다. 아내는 이런 나를 두고 “당신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만나도 너무 많이 만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를 지치게 하지는 않는다.

고객에 대해서 내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모든 고객이 취업활동을 열심히 하리라는 기대는 모든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리라는 기대와 같다.” 

이건 순수 내가 지어낸 말이다.(나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커리어 컨설팅업계에서는 비효율이 만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객과의 코드 문제 때문이다.     

실제 취업률을 올리고 성과를 내려면 좀 더 취업 가능성이 높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 이게 컨설턴트에게도 보람이 느껴진다. 그런데 꽤 다수의 현장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쓰지 못한다.  오히려 취업이 잘 되지도 않을(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때로 심리적인 문제도 포함한다), 혹은 열심히 하지도 않는 이들(이분들이 그렇다고 컨설턴트들에게 바라는 게 없는 것은 아니다)에게 에너지를 쓰는 경우가 더 많다. 흔히 뭔가 맞지 않는, 그래서 진행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다 빼앗겨서 정작 성과를 내는 것에 힘을 못 쓴다는 얘기다.

그 이면에는 고객의 컴플레인에 지나치게 민감한 우리 시대의 조직문화가 한 몫을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열심히 노력을 해도 의외로 이런 고객과의 끝마무리가 좋게 나는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에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듯 커리어 컨설턴트도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고객들도 좋은 고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좋은 진행,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컨설턴트와 고객의 좋은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큰 목적을 위해 사소한 차이쯤은 눈 감고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의 섬세함은 어떤 영역에서는 불필요하게 너무 발휘되곤 한다. 하긴 어쩌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커리어 컨설턴트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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